목록2003/03 (4)
시간의재
어째서 즐거운 일은 끝나는 걸까? 이 질문은 예전에도 말했듯이 일본에서 제작된 티브이용 만화, “보노보노”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이 만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골수 매니아 층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검증된 유명한 만화였다. 이른바, 어른들을 위한 철학적인 동화, “어린왕자”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분명히 이것은 어린이 만화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 게시판을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나는 이미 똑같은 제목의 글을 썼고,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2000년 1월의 일이다. 게시물 번호 46번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미, 위의 질문에 대해, 그리고 만화에서 제시된 그 해답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은 바 있다. 다시 그 답을 이곳에 적자면 이렇다. - 어째서 즐..
호레이스 월풀(18세기 영국의 문필가 - 옮긴이)은 언젠가 세상이란 생각하는 자들에게는 우스꽝스럽고 느끼는 자에게는 비극적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 존 어빙, “가아프가 본 세상” 중에서
열한 시에 문을 닫는 관계로 열 시 삼십 분경에 들어오는 손님들은 항상 신경이 쓰인다. 일단은 들어오는 입구에서 자리로 안내하면서 영업시간이 열한 시까지인데 괜찮으시겠냐고 묻는다. 그럼 대개의 손님은 현재 시간을 확인하고 (열 시 삼십 분이다!)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또 대개의 손님은 결코 열한 시 이전에 자리를 일어서는 법이 없다. 나는 이 점이 아주 못마땅하다. 그렇다 해도 손님은 손님이니 무례하게 굴 수가 없다. 마감은 항상 내 몫이기에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오늘도 열 시 삼십 분경에 손님이 들어왔다. 나는 손님을 맞으러 나가는 직원에게 꼭 물리치고 오라고 신신당부한다. 하지만 역시 자리에 앉고 만다. 남녀 한 쌍으로 옷차림이나 외모는 평범하다. 여자는 베이지 색의 바바리를 걸쳤고, 남..
나는 때때로 가을날 휴일 오후의 공원을 떠올린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투명하고, 풀 냄새가 나는 공원이다. 잔디밭이 눈 닿는 데까지 넓게 펼쳐져 있다.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가 들리고, 멀리서 희미하게 열차소리도 들린다. 나무 그늘이 비껴 간 벤치에 앉아 여자의 어깨를 감싸안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그녀의 머리칼을 흔드는 바람과, 발 밑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에 관한 얘기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땐 잘 모른다. 잘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때엔 나 혼자 그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대부분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내 옆에 앉아서 담배를 나눠 피기도 한다. 뭐라해도 모두가 행복한 가을날의 공원인 것이다. 이제 그 시절의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