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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술을 한잔 했습니다. 같이 있던 여자를 먼저 집으로 돌려보내고, 조금 밤거리를 걸었습니다. 오랜만입니다. 그렇게 그냥 걸어본 것이 말이죠. 그래요, 예전에는 참 많이도, 술을 먹고 밤거리를 걸었더랬죠. 옆에 누군가 있는 경우도 있고, 저 혼자 괜히 그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거나, 또는 떼를 쓰듯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그리로 갈 테니 나오라고, 그렇게 가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가슴 설렙니다. 오늘은 갈 데가 있었습니다. 그 앞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여러 가지 것들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또... 슬픔에 관한 얘기입니다. 그래요, 저는 조금 슬퍼졌습니다. 그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것을 바랐던 것입니다. 저의..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 어떤 것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사라지므로, 때로 사람들은 그것을 후에야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것들은 그 반대로, 사라짐 그 자체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미처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과 깊은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것들은 사라지기를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서, 결국 그렇게 되었을 때 안도와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가 어찌되었든,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난 뒤 - 모든 영원하지 않은 것, 모든 번잡한 것, 모든 눈을 현혹시키는 것이 모조리 사라지고 난 뒤, 마침내 드러나는 것이 세상의 참모습은 아니다. 이 말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사라짐’이 이미 세상에 속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