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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물고기통신 41 <내 작품을 말한다. '서쪽으로 난 길'>
며칠 전, 햇빛에 눈이 부셔 이마 위로 손가리개를 만들다가, 문득 내가 서쪽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매일같이 오가던 길이었지만, 그 방향이 서쪽인줄 몰랐던 것입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지금껏 평생을 도시에서 살아온 저에게 ‘동서남북’같은 방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동쪽인지 서쪽인지 보다, 전철역 방향인지, 학교 방향인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문득 그 방향이 서쪽이란 걸 알게 되자, 많은 것들이 달라보였습니다.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진 것처럼 느껴졌고, 또 이상한 일이지만 굉장히 좁아진 것처럼도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첫 문장을 썼습니다. ‘오후 여섯시, 우리는 서쪽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원고지 13매 정도의 아주 짧은 분량입니다. 사실, 이것..
물고기통신
2002. 3. 8. 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