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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필통을 잃어버렸다. 과사무실에 두고 왔겠지 생각했는데, 없다. 그 필통은 꽤 오래된 것이다. 그녀를 알게 되고 두 달 뒤, 나는 약 6개월 동안 멀리 떠나게 되었다. 그 날 나는 그녀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6개월은 꽤나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막 사귀기 시작한 즈음엔 더욱 그렇다. 그러고 보니, 내가 군대를 갈 때도 그랬다. 어떤 면에서 나는 그런 걸 마음 깊이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나 어딘가로 가기 전에, 여자를 원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금방 끝날 관계만을 원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종로였을 거다. 우리는 형광등 불빛이 환한 햄버거 집에 있었다. 여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나는 시시껄렁한 농담을 늘어놓다가, 필통이 없어, 라고 말했다. 필통뿐만 아니라, 펜도 뭐도 없었다. 여자는..
...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시청의 층계로 나갔다. 선선하고 맑은 날씨였다. 저 멀리까지 보였다. 하지만 벨마가 간 것만큼 멀리까지는 아니었다. - 레이몬든 챈들러 [안녕, 내사랑] 마지막 문장 ps : 부연 설명을 하자면, 위에서 '나'는 그 유명한 '필립 마로우'. '벨마'는 클럽에서 일하다 남자친구를 배신하고 신분을 감추고 늙은 백만장자의 부인이 된 여자. 감옥을 갔다온 남자친구가 벨마를 찾으러 옛 클럽을 찾아간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소설의 마지막, 결국 남자친구는 벨마를 붙잡는다. 그러나 벨마는 남자친구를 권총으로 죽이고 도망을 친다. 이것으로 일단 소설을 일단락된다. 그리고 그녀는 석달 뒤, 어느 클럽에서 경찰에게 붙잡히고, 붙잡힌다 해도 그녀..
분명 나는 더 이상 젊지 않다. 젊다든지, 젊지 않다든지 하는 것들이 온전히 마음에달린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마모되었고, 닳아 있다. 어떤 것도 마음 깊이가라앉지 않고, 오래 머물지 않는다. 피부를 스치는 바람의 방향을 알지 못하고,코 속을 싸하게 하는 공기의 냄새를 맡지 못한다. 피부는 더러워지고, 몸은 느슨해진다. 「나에게는 찾고 있는 것이 있어요. 뭐였더라, 그게 생각나지 안아요. 그래도찾고 있어요.」 이건 전 번에 말했던 소설의 한 구절이다. 문득 다시 생각났는데, 왜냐하면 나자신, 내가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게 아니라, 내가갖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렸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