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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00/11/29 (1)

시간의재

필통

필통을 잃어버렸다. 과사무실에 두고 왔겠지 생각했는데, 없다. 그 필통은 꽤 오래된 것이다. 그녀를 알게 되고 두 달 뒤, 나는 약 6개월 동안 멀리 떠나게 되었다. 그 날 나는 그녀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6개월은 꽤나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막 사귀기 시작한 즈음엔 더욱 그렇다. 그러고 보니, 내가 군대를 갈 때도 그랬다. 어떤 면에서 나는 그런 걸 마음 깊이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나 어딘가로 가기 전에, 여자를 원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금방 끝날 관계만을 원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종로였을 거다. 우리는 형광등 불빛이 환한 햄버거 집에 있었다. 여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나는 시시껄렁한 농담을 늘어놓다가, 필통이 없어, 라고 말했다. 필통뿐만 아니라, 펜도 뭐도 없었다. 여자는..

단상 2000. 11. 2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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