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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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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불평

물고기군 2000. 12. 28. 00:50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에 도착하면 바로 방청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딴에는 방청소를 말끔히 끝마치고 나면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였다. 마지막 리포트를 끝으로 이번 학기도 완전히 끝이 났다. 모두가 퇴근한 과사무실에서 한참을 있었다. 담배도 태우고 음악도 듣다가 발이 시려 불을 끄고 사무실을 나왔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하는 모든 생각들이 생각으로 그치고 마는 것처럼, 나는 방청소를 끝마치지 못하고 또 게으르게 시간을 보내고 밤 12시를 넘겨버린다.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이것은 최근의 내 혼잣말. 불평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맞는 말이다. 지금의 내 처치는 확실히 불평하기에 너무 사치스럽다. 나는 완벽한 것을 추구했던가? 완벽하게 게으르게 보낼 수 있는 시간,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그러나 나는 방청소도 끝마치지 못했단 말이다.

제발 나를 가만히 내버려둬 줘. 이런 것?

틀렸다.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건, 나다. 내가 나를 흔드는 거다. 그러니까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올바르게 행동하려는 건 아니다. 자책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 불평을 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불평할 처지가 아니라고, 자꾸 되내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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