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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술친구, 전화친구 본문

단상

술친구, 전화친구

물고기군 2001. 1. 1. 02:55
그런 여자가 있다. 평소에 만나면 그저 그런데, 전화통화를 하거나 술을 마실 때 훨씬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여자가 있다. 더 잘 말할 수 있게 된다. 대화의 화제가 끊이지 않고, 술은 맛있다. 그게 좀 이상한데, 실제로 애인이었던 여자와는 전화통화를 해도 술을 마셔도 그저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애인이라는 관계가, 모든 부분에 있어 항상 최상인 것은 아니다. 전화친구나, 술친구란 게 있는 것이다. 아니면 애인이라는 관계로 발전하게 되면, 나는 대화가 아니라 다른 것(?)을 추구하게 되는지 모른다. 나란 인간은, 참.

그건 내가 대학교 1, 2학년 때 일로, 군대를 갔다 오자 내 주위에 그런 여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되지 않았다. 애인이 아닌 여자와 단 둘이 유쾌하게 술을 마시거나 길게 전화통화를 하게 되는 경우는 없다. 그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져도, 어쩐지 대화의 화제는 자꾸만 유쾌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거나, 잘 이어지지 않았다.

동네 술친구가 있었다. 그건 1998년도의 일이었다. 그 해는 참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밤 열시고, 열 두시고 그 친구를 꼬셔서 술을 마시곤 했다. 생각해보면, 역시 평소에는 그다지 친한 친구가 아니었다. 단지 술을 마실 때는, 그 친구 만한 녀석이 없었다. 우리의 단골집은 뼈다귀 해장국집이었는데, 아직껏 그 곳보다 더 맛있게 뼈다귀 해장국을 내놓는 데를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 기간도 그다지 길지 않았다. 육 개월 정도 거의 매주 한 번씩 술을 마시다가 그 자체가 시들해진 탓도, 내가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실수인 탓도 있지만, 결국 서로가 바빠진 것이다. 그 친구는 지난 달 결혼해서 이사를 갔다.

생각해보면, 나는 밤늦게 전화통화를 하는 것도, 단 둘이 앉아 술을 마시는 것도 참 좋아했다. 최근에 나는 그것을 알겠다. 그러나, 우리가 뭔가를 알게 되는 것은, 항상 이렇게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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