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부자 본문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정말로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 모르는 게 많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벌써 스물 아홉 살이고, 더 이상 고등학생이 아니라고, 아니 학생도 아니라고 부끄러워한다.
저녁 TV에서 부자들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어느 소설에서 부자는 마치 휘발유가 필요 없는 인공위성과도 같아서, 그들이 부자로 계속 있기 위해서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그 얘기였다. TV 속의 부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평일 낮에 골프장이 만원이다. 외제차를 몰고 고급 레스토랑이나 유흥업소를 드나드는 나이 어린 녀석들의 모습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헬기에서 촬영한 강남의 고급 주택가의 모습은, 우리나라가 아닌 줄 알았다. 바깥에서는 담이 높아서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다.
채널을 바꿨더니, 실직으로 인해 버려진 아이들 얘기가 나왔다.
부자라니, 그러고 보면 나에게도 부자 친구가 있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우습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좋은 친구들이었다. 재수 때에 어떤 친구 녀석은 노량진에서는 100만원 수표를 바꿀 데가 없다고 투덜댔다. 8년 전 일이다. 부자들은 정말로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순수했다.
며칠 전에 만난 친구녀석이랑 술을 마시다가, 친구가 문득 자기는 밥을 벌어먹기 위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데, 너는 술을 마시기 위해 밥을 먹는구나 라고 말했다. 물론 나쁜 감정으로 말한 건 아니고 다분히 농담끼가 섞여 있었지만, 그러고 보면 나도 부자인 것 같다.
결국 그 얘기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서 지불하는 돈 만원이 어느 후진국의 한 달 월급이라는 얘기다. 돈이 없어서 아이들을 버리는 나라에서, 이삼천 만원 하는 고급 프랑스 핸드백이 주문이 밀려 있다는 얘기다.
분명 뭐가 잘못된 것 같은데,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너무도 간단한 얘기 같은데, 너무도 명백한 얘기 같은데, 거기에는 기묘한 비현실이 섞여 있어서 현실적인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벌써 스물 아홉 살인데, 이렇게 모르는 게 많은 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내가 정말로 모르는 것은 이것이 과연 세상의 올바른 방식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이 있는지 라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세상의 올바른 방식이라면, 열심히 내 자신을 설득할 수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이것이 세상의 가장 자연스런 형태라면, 죽을 때까지 꾹 참으면 된다. 참을 수 없다면, 일찍 죽도록 열심히 담배나 피우면 된다.
그러나 만일 그렇지 않다면, 분명히 나보다 똑똑하고 부지런한고 현명한 인간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겠지. 그냥 아주 특정한 기간동안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거고, 곧 있으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 될 테지.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만일 이것이 자연스런 형태의 세상이 아닌데, 분명 뭔가 잘못되었는데, 아무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지? 모두가 마비되어서 꼼짝달싹도 못하게 된 거라면 어떻게 하지?
그래서 나는 정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인간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왼쪽 꼭지가 뜨거운 물인지, 오른쪽 꼭지가 뜨거운 물인지조차 모르는 인간이다.
저녁 TV에서 부자들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어느 소설에서 부자는 마치 휘발유가 필요 없는 인공위성과도 같아서, 그들이 부자로 계속 있기 위해서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그 얘기였다. TV 속의 부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평일 낮에 골프장이 만원이다. 외제차를 몰고 고급 레스토랑이나 유흥업소를 드나드는 나이 어린 녀석들의 모습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헬기에서 촬영한 강남의 고급 주택가의 모습은, 우리나라가 아닌 줄 알았다. 바깥에서는 담이 높아서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다.
채널을 바꿨더니, 실직으로 인해 버려진 아이들 얘기가 나왔다.
부자라니, 그러고 보면 나에게도 부자 친구가 있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우습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좋은 친구들이었다. 재수 때에 어떤 친구 녀석은 노량진에서는 100만원 수표를 바꿀 데가 없다고 투덜댔다. 8년 전 일이다. 부자들은 정말로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순수했다.
며칠 전에 만난 친구녀석이랑 술을 마시다가, 친구가 문득 자기는 밥을 벌어먹기 위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데, 너는 술을 마시기 위해 밥을 먹는구나 라고 말했다. 물론 나쁜 감정으로 말한 건 아니고 다분히 농담끼가 섞여 있었지만, 그러고 보면 나도 부자인 것 같다.
결국 그 얘기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서 지불하는 돈 만원이 어느 후진국의 한 달 월급이라는 얘기다. 돈이 없어서 아이들을 버리는 나라에서, 이삼천 만원 하는 고급 프랑스 핸드백이 주문이 밀려 있다는 얘기다.
분명 뭐가 잘못된 것 같은데,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너무도 간단한 얘기 같은데, 너무도 명백한 얘기 같은데, 거기에는 기묘한 비현실이 섞여 있어서 현실적인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벌써 스물 아홉 살인데, 이렇게 모르는 게 많은 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내가 정말로 모르는 것은 이것이 과연 세상의 올바른 방식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이 있는지 라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세상의 올바른 방식이라면, 열심히 내 자신을 설득할 수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이것이 세상의 가장 자연스런 형태라면, 죽을 때까지 꾹 참으면 된다. 참을 수 없다면, 일찍 죽도록 열심히 담배나 피우면 된다.
그러나 만일 그렇지 않다면, 분명히 나보다 똑똑하고 부지런한고 현명한 인간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겠지. 그냥 아주 특정한 기간동안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거고, 곧 있으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 될 테지.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만일 이것이 자연스런 형태의 세상이 아닌데, 분명 뭔가 잘못되었는데, 아무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지? 모두가 마비되어서 꼼짝달싹도 못하게 된 거라면 어떻게 하지?
그래서 나는 정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인간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왼쪽 꼭지가 뜨거운 물인지, 오른쪽 꼭지가 뜨거운 물인지조차 모르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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