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안개에 쌓인 다리 본문
안개에 쌓인 다리를 건너본 적 있어요? 너무나 짙은 안개였기 때문에 자신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리죠. 그냥 걸어가고 있는 거예요. 이제 곧 끝이다, 나는 다리를 다 건넜다라고 느껴질 때까지 앞 못보는 장님처럼 걷는 거예요. 그래도 다리는 끝이 나지 않죠. 안개에 쌓인 다리는 끝이 나지 않아요. 결국엔 길을 잃고말아요.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나 외로웠기 때문에 금방 사랑에 빠지고 말죠. 사랑했기 때문에 그를 따라 안주할 수 밖에 없고... 결국엔 다리 위에 집을 짓는 거예요. 안개에 쌓인 다리는 무서워요. 너무 무서워서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그남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요. 그리고 그가 집으로 돌아오면 끊임없이 그에게 매달리며 묻죠. 어땠어요? 안개는 이제 걷혔나요? 다리를 건너 그 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겼어요?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잠을 자거나 혹은 내 몸에 탐닉할 뿐이죠. 그래도 나는 안개에 쌓인 다리를 건널 수는 없었어요...
- 소설 '1992년의 국기게양대' 중에서
- 소설 '1992년의 국기게양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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