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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그 시간 본문

단상

그 시간

물고기군 2000. 10. 20. 01:54
  어째서, 어떻게, 어쨌거나, 나는 또 너무 많은 말을 했다. 열병처럼 말이 나를 통과하고, 나를 쓰러뜨리고, 나를 커다란 구멍으로 만들어버렸다. 나는 그 구멍을 눈으로 보고, 그 속에 손을 집어넣을 수도 있다. 나는 알 수 있다. 어느 날에는 무척이나 술이 맛있고, 어느 날에는 입에 댈 수 없을 정도로 쓰다. 마치 그런 것처럼, 나는 알 수 있다. 아, 또 그 시간인가. 여러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자기모멸의 시기, 죽음 같은 침묵이나, 겨울잠의 시기. 불가항력적이다.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단지 어서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뿐이다. 한 번 지나가면 또 얼마간은 괜찮다. 궁극적인 해결책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의 어떤 시도도, 결과적으로 사태의 해결에 도움이 되었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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