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동네 본문
아침에 사당동에 갈 일이 있었다. 아침이라고 해봤자, 11시도 넘어서지만. 전화로 대충 약속장소의 위치를 설명들었기 때문에, 길을 헤메기를 이 삼십분. 육교를 건너라고 했는데, 대체 육교는 어디 있는 거야? 결국 육교를 찾아내고, 약속장소인 제과점을 찾아냈을 때, 나는 처음부터 엉뚱한 방향에서 헤메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완전히 반대방향에 택시가 나를 내려다 준 것이다. 도착했다고 전화를 하고, 심부름할 물건을 건네받고 다시 길에 남아 담배 한 대를 물었다. 그러고보니 이곳은 내가 처음 와보는 동네다. 햇살은 따갑고, 공기는 무덥다. 발 아래로 뜨거운 지열이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버스정류장을 지나쳐 조금 더 걸어가보기로 했다. 넓다란 공간의 주유소를 지나쳐, 음료수 냉장고를 밖으로 내다놓은 흔한 동네 슈퍼에서 음료수를 한 캔 샀다. 큰 길가에서 주택가로 올라가는 골목은 야트막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차 두 대가 간신히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골목이다. 골목의 초입 건물에는 무슨 무슨 학원이니, 무슨 무슨 미용실이니 하는 간판들이 달려있다. 그건 정말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언젠가 이와 똑같은 풍경을 본 것 같은 기시감이라기 보다, 이와 똑같은 풍경을 볼 것 같은, 그런 감정이었다. 아니, 틀렸다. 나는 그냥 낯선 동네를 구경하는 것이다. 근데 어째서 낯선 동네를 딱히 할 일도 없이 걷다보면, 내 나이를 생각하게 되는 걸까? 스물 여덟 살의 나이. 생각해보면 아직 젊다. 하지만 분명히 나는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이렇게 뜨거운 여름, 평일 낮의 한가로운 주택가를 설렁설렁 구경하듯이, 어떤 시절이 나를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버스정류장에 서서 나는 내가 다시 이 동네에 오게 될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슬펐던 건 아니지만, 고개를 돌려 찬찬히 그 동네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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