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물고기통신 104 <내 작품을 말한다. '세계의 밤'> 본문
‘아파트’를 쓰고 나서 다음번에 쓸 때는 꼭 이렇게 써야지 라고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대화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화를 많이 써야겠다. 둘째, 확실한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써야겠다. 그렇게 해서 첫 문장을 썼습니다. 어떤 밤, 어쩌구 저쩌구…. 그 다음은 모르겠고, 어쨌든 끝까지 썼습니다. 이 소설은 세 개의 ‘밤’ 이야기인데, 첫 밤은 쉬웠고, 둘째 밤은 뭐가 뭔지 모르겠고, 셋째 밤은 어려웠습니다. 쓰기가 말입니다. (어렵게 쓸수록 읽기도 어렵고 재미도 없습니다.) 이런 얘기까지 할 이유는 없지만 원래는 둘째 밤에서 끝을 내려고 했습니다. 셋째 밤은 마치 사족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둘째 밤까지 쓰고 나서, 과연 이것이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았던 겁니다. 그때 저는 셋째 밤을 쓸 것인가, 아니면 아예 첫 밤만으로 끝을 낼 것인가, 그러니까 둘째 밤을 삭제해 버릴 것인가 고민을 했습니다. 과연 올바른 판단을 내린 건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러한 고민 자체가 이미 이 이야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전히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과연 나는 뭘 쓰고 싶은가? 쓰고 싶기라도 한 건가? 무엇을 위해서?
한 편의 소설을 끝낼 때마다 끝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자괴감이 듭니다. 끝을 내서 기분 좋은 며칠간을 제외하면 저는 금방 그것이 참으로 무의미한 짓같이 느껴집니다. 나이 탓인지도 모르죠. 누군가의 말마따나 그것은 제 자신에게나, 또는 이 세계 전체를 두고 보아도 순수한 낭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게 저는 또 쓰게 됩니다. 그렇게 저는 인생을 낭비할 테고, 나이를 먹어갈 테고, 이제는 아무에게도 변명하지 않아도 될 내가 될 것입니다.
한 편의 소설을 끝낼 때마다 끝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자괴감이 듭니다. 끝을 내서 기분 좋은 며칠간을 제외하면 저는 금방 그것이 참으로 무의미한 짓같이 느껴집니다. 나이 탓인지도 모르죠. 누군가의 말마따나 그것은 제 자신에게나, 또는 이 세계 전체를 두고 보아도 순수한 낭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게 저는 또 쓰게 됩니다. 그렇게 저는 인생을 낭비할 테고, 나이를 먹어갈 테고, 이제는 아무에게도 변명하지 않아도 될 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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