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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물고기통신 103 - 연민에 대해서 본문

물고기통신

물고기통신 103 - 연민에 대해서

물고기군 2005. 2. 7. 03:32

물론 그렇습니다. 무언가를 알게 된다고 해서 인생이 무작정 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흔히 믿듯이 지식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개인적인 문제이든, 아니면 사회적인 문제이든. 지식은 그 외양과는 달리 자주 무력합니다. 하지만, 물론 그렇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러니까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완전하게 인정하면, 지식은 많은 경우에 있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는 점을 인정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보다 더 젊었을 시절,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죄책감’을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죄책감일까요? 모든 것입니다. 이른바, 누구도 완전히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겁니다. 이것은 종교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이런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제가 가지고 있던 막연한 죄책감 - 혹은 부채의식은 사실은 ‘연민’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저 연민했던 겁니다. 연면이라니.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저를 비난하지는 말아주십시오. 너 같은 놈이 과연 누굴 연민하겠다는 거냐, 이런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만, 문제의 핵심은 ‘누가 누구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민’ 자체에 있다는 점을 주목해주십시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타인에 대한 연민은 언제나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의 전도된 표현에 불과하니까요. 제가 죄있음을 괴로워 한 것은 반대로 타인의 죄있음을 비난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아니 정확히 말해서 타인의 죄있음을, 인간들의 죄있음을, 막연히 ‘정말 있는 것’으로 여긴 것에 불과하니까요. 그럼으로써 제가 얻었던 것은 너무도 많습니다. 사랑, 그렇죠. 사랑을 얻기도 했고 신뢰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해나, 명예, 정직함, 거짓도 얻었습니다. 거의 모든 것이 거기에서 나왔습니다. 연민에서 말이죠. 하지만 이제 나는 그것이 연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는 연민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지식의 한계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도저히 제 자신을 연민하지 않고는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이것은 치유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은 병이라기보다는 ‘장애’에 가깝습니다. 그것은 태생적인 장애입니다. 그것은 내 자신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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