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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물고기일기 6 - 내 이야기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 본문

물고기통신

물고기일기 6 - 내 이야기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

물고기군 2003. 12. 10. 20:11

가끔 내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전혀 잘못된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경험을 하고는 한다. 처음에 나는 그것이 오해이거나 아니면 일시적인 착오라고 여겼다. 적어도 나는 내 이야기 속에서 전혀 잘못된 점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이야기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어긋남이 커질수록 내 이야기의 잘못된 점이 드러난다. 나는 이제 그것을 안다. 매우 속이 상하는 일이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 이야기는 잘못되었다. 그 잘못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 속에 있다. 그것은 오해이거나 착각이 아니다.

나의 이야기는 아주 유치하고 치졸한 것이며, 이야기될만한 가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의 이야기로 인해 누군가는 고통을 받고, 또 누군가는 불쾌해진다. 물론 이것은 나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나 혼자 있을 때, 나 혼자 말할 때, 나 혼자 이야기할 때 그 이야기는 아무 잘못이 없다. 비록 그것이 이제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해도, 나는 그 이야기를 오랜 시간에 걸쳐 지어냈고, 검토했고, 잘못된 점을 수정했고, 마침내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나는 그 이야기가 좋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여기리라 착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것이 한갓 공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것은 잠들기 전 어두운 방안 침대에 누워 머릿속으로만 그려낸 허황된 이야기라는 점을 깨닫는다. 이야기는 멈추고, 아무도 그것이 계속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제 그만두라고 말한다. 유치한 이야기 같은 건 집어치우라고 한다. 나는 아주 당황스럽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나의 이야기 속에, 이미 내 이야기의 잘못된 점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때로 그것은 매우 비윤리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나는 내 이야기에 잘못된 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나는 그것이 남의 이야기였을 때, 그 이야기를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쨌든 나의 이야기다. 비난할 수 있을지언정 내가 그것을 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그것이 나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남의 이야기였다. 누군가 내 입을 빌려 말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그것이 남의 이야기라고 해도, 나는 그 이야기에 책임이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남의 이야기이고, 잘못된 이야기라 해도 나의 이야기다. 그것이 한낱 공상에 불과하다해도, 나의 공상이다. 나는 그것을 이야기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느낀다. 입을 꼭 다물고 있었어야 한다고 후회한다. 그랬더라면 나는 나 자신을 비난하지 않았을 것이고, 남의 이야기를 훼손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나는 더 할말이 없다. 이야기할 것이 없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나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나는 이 점이 몹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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