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관리 메뉴

시간의재

물고기통신 92 - 누구도 삶 그 자체를 추구할 수 없다 본문

물고기통신

물고기통신 92 - 누구도 삶 그 자체를 추구할 수 없다

물고기군 2003. 10. 20. 21:43

언젠가 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던가요? 무엇도 삶 그 자체보다 더 클 수 없다. 저는 이 말을 때로 제 자신의 어떤 괴로움을 무마하기 위해, 또는 누군가의 괴로움을 위로하기 위해 사용하고는 했습니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그리고 네가 잃어버린 것은 삶에 포함된 무언가일 뿐이고, 여전히 삶은 여기에 있다고 말입니다. 

물론 이때의 삶은 우리가 흔히 목숨이라고 하는 생명을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단지 그뿐인 것만은 아니겠지요. 단지 살아있다는 것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모든 게 충족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도 삶 그 자체보다 더 클 수 없다고 해서, 어떤 추구들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바람들이 헛된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여러 말들을 합니다. 저는 그 말들을 듣고, 다시금 되새겨 보았을 때, 그 말들이 거의 언제나 아무 의미 없는 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들이 말을 하면 할수록 그 무의미함이 더욱 커져서 저는 그 말들 속에서 괴로움을 봅니다. 물론 저는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무의미에 무의미를 보태는 것뿐이어서, 마치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우물 속으로 돌을 던져놓고 하염없이 닿는 소리를 듣고자 귀를 기울일 때처럼 무력감을 느낄 뿐입니다. 그리고 그만 저는 제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맙니다. 무엇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도 알 수 없어지고 맙니다. 돌은 언제 바닥에 닿았을까요? 여전히 떨어지고 있나요? 

하지만 누구도 삶 그 자체를 추구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도 삶 그 자체를 취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자기 안에 바닥이 닿지 않는 깊은 우물을 품고 사는 거와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그 우물 속으로 어떤 말들을 던져 넣고 그 말이 닿는 소리를 기다려봅니다. 제 말이 사라진 어두운 구멍을 통해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얼굴을 봅니다. 환하게 밝아지는 그 얼굴들을 어째서 언제나 괴로움이라고 여겼던 걸까요? 어떤 바람들도 헛되지만, 헛되지 않은 바람이 어떻게 바람일 수 있을까요? 헛된 바람 하나 가지지 않고 어떻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나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