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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물고기통신 82 본문

물고기통신

물고기통신 82

물고기군 2003. 4. 30. 20:23
얼마 전에 티브이에서 일일 드라마를 보는데, 거기에 아주 착한 며느리가 나왔습니다. 매일매일 빠트리지 않고 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니, 거의 언제나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본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줄거리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단지 그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이야기만 어렴풋이 알 뿐입니다. 시어머니는 아주 못돼서, 처음에 그 착한 며느리를, 보고 있으면 화가 날 정도로 구박을 합니다. 거기에는 또 어떤 사연이 있을 테지만, 아무튼 그것은 사뭇 전형적인 내용에 불과합니다. 말 그대로 일일 드라마다운 내용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다치게 되고 거동을 못하게 됩니다. 매일 구박만 당하던 며느리는, 너무나 착했기 때문에, 또 병든 시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간호합니다. 시어머니는 그런 며느리의 진심을 알게 되고,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며느리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근데 우습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저는 감동받고 말았습니다. 뭉클해지더란 말입니다. 그러면서, 참 나도 실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가 아주 판에 박힌 이야기, 동화, 어쩌면 실제 우리의 삶의 어떤 진실들을 드러내기보다 감추고 덮어버리는 이야기에 불과하며, 그 감동이란 아주 값싼 것에 불과하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눈에 보이는 표피적인 것 외에 어떤 의미도 우리에게 전해주지 않는 가치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쨌든 저는 감동받았고, 행복해졌습니다. 착한 사람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그 아름다운 진심을 잃지 않고 결국 그 보답을 받게 되어 행복해지는 그런 이야기가 좋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상당히 비문학적인 인간인 것 같습니다.

‘추석전야’ 수정본을 올렸습니다. 사실 처음 올리고 나서 너무 성급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여전히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 잘못 쓰여진 부분들이 눈에 띄었고, (편집자님이 하나하나 지적을 해주셨는데 얼굴이 뜨거울 지경이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이것을 올리지 않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애초에 1년 전 내가 느낀 대로, 아무리 수정을 해도 구제받지 못할 작품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이미, 비록 개인홈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작품은 공개되었고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대신 저의 성급함을 조금이라도 만회해보기 위해 이제 수정본을 올립니다. 수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삭제본에 가깝습니다. 덧붙인 문장은 거의 없고, 뺀 문장만 있으니까요. 원래 지금 올려져 있는 것과 맞바꾸는 식으로 수정본을 올릴려고 했습니다만, 이미 세 분이나 고맙게도 거기에 덧글을 달아주셨기 때문에, 그럴 수 없어져 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도, 수정했다고 하지만 작품 전체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은 아니므로, 이미 읽으신 분들 중에 다만 어떻게 달라졌나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작품에 덧글을 달아주신 세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ForBlue님의 짧은 감상도 좋았고, Zorba님의 긴 독후감, 길뿐만 아니라 말줄임표를 정확하게 처리할 만큼 공을 들여 써 주신데 대해 더욱 감사드립니다. 물론 그 내용도 과연 제 소설이 정말로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었다면, 저로선 더 바랄 것 없을 만큼 과분한 칭찬이었습니다. 이미 말했듯이 칭찬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아주 기분이 좋고 우쭐해집니다. 그런데 또 어찌 칭찬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바로 그 밑으로 udeis님의 말씀은 위의 두 분과는 정반대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것이 칭찬이든 비난이든, 또 그것이 작품에 관한 것이든 또는 제 자신에 관한 것이든, 그건 그거다, 라는 태도를 취하기 위해 애를 쓰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칭찬에 관해서는 기분이 좋다, 비난에 관해서는 기분이 나쁘다, 또는 상심한다, 에서 그쳐야겠다 싶은 겁니다. 물론 그 내용에 관해서 저는 또 나름대로 고민을 합니다. 작품의 이러이러한 점이 잘못되었다, 형편없다, 라는 소리를 들으면 일단 소심한 저로서는 상당히 상심하고, 그러면서도 과연 그러한 점이 나쁜가, 과연 형편없는가, 고민합니다. 그래서 정말 그렇다, 라고 느껴서 반성하고 고치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하고, 반대로 아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라는 결론에 제 나름대로 이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꼭 말하도록 종용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점에 대해서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워낙 다른 여러 가지 면에서 변명이 심한 저로서는 그런 데까지 변명하다보면 끝이 없겠구나 싶은 겁니다.
그런데 이번 udeis님(모르는 분이 계실 거라 생각해서 설명을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저의 학교 선배님이십니다.)의 비난에 대해서는 저도 어쩔 수 없이 뭐라 대꾸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물론 후배로서의 저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기에, 또 저를 아마 아끼시기에 하신 말이라 생각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상당히 문제가 있는 의견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아무래도 그 비평이 제 작품에만 향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이 홈페이지를 닫는 편이 님이 소설을 쓰시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옮겨온 위의 글을 보면, 제가 느끼기에 아마 아래의 세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의미들로 분명히 있겠지만.)

1. 작품이 형편없다.
2. 그런데 형편없는 작품을 홈페이지에서 사람들이 칭찬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칭찬이다.
3. 그 잘못된 칭찬으로 작가는 진신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 형편없는 작품을 쓰게 되므로, 아예 잘못된 칭찬을 듣지 못하도록 홈페이지를 닫아야 한다.

일단 1번에 관해서는 제가 덧붙일 말이 없습니다. 사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어떻게 형편없는가를 조금이라도 얘기해주셨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얘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형편없음이란 게 있다는 걸 저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므로, 그저 상심할 뿐입니다.
3번에 관해서도, 저는 일정정도 공감을 합니다. 비록 홈페이지의 용도란 게 이런 문제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작품에 대한 비난을 넘어선 문제이므로  닫느니 마느니 하는 얘기까지 듣는다는 게 불쾌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여기까지도 제 자신에 대한 비난이므로 좋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잘못된 칭찬에 대한 폐해를 잘 알고 있고, 스스로도 경계하고 있는 실정이라(경계만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udeis 선배님의 우려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합니다.
문제는 2번입니다. 제 자신도 역시 제 작품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가, 그것이 칭찬이든 비난이든, 언제나 옳은 판단이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물론 칭찬인 경우 아무래도 자기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비난보다야 더 마음이 기우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작품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 제 작품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까지 제멋대로 판단하려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더욱 문제가 되는 건, 그 평가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어떤 논리적인 설명도, 합당한 근거도 건너 뛰어 버리고, 마치 위의 두 분의 평가(제 작품에 대한 평가를 건너뛰는 건 그렇다 쳐도)는 얘기할 만한 가치도 없다는 듯이, 이미 그것이 틀렸고 형편없다는 것은 누구라도 다 알고 있는 양, 바로 홈페이지 폐쇄 운운 했다는 데 더욱 불쾌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 평가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긴 잘못 운운 할 수도 없는 것이 어떤 설명도 없으므로, 그건 그저 비난 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말했다시피 받아들이겠습니다.
만일 이것이 개인적인 술자리였다면 별 상관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곳은 비록 개인적인 홈페이지만 공개되어 있는 자리입니다. 그렇죠. 또한 이것이 제 개인적인 홈페이지이기 때문에, 그것이 잘못된 평가이든 아니든, 이곳에 글을 남겨주는 사람들에게 저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 마음을 저는 소중한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만일 이런 저의 태도조차, udeis님이 느끼기에, 제가 소설을 쓰는데 방해가 된다고 여기고 있다면, 과연 무엇 때문에 우리가 소설을 써야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무엇이 옳은가?의 문제는 제 자신이 마침내 누가 봐도 좋은 소설을 쓸 수 있게 되었을 때 드러나는 결과에 관련되어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는, 언젠가 제가 말했듯이, 운에 속해있는 일입니다. 분명히 udeis님이 지적하고 우려하는 대로, 이 홈페이지가 제 자신이 ‘좋은 소설’을 쓰는데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고도 느낍니다. 고백하자면 몇 번인가 바로 그러한 이유로 홈페이지를 폐쇄할까 고려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것은 제가 이 홈페이지를 통해서, 어떤 즐거움, 어떤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불과합니다. 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데 있어 어떤 커다란 뜻이 있는 것도, 심오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소설을 쓰는 이유도, 어떤 커다란 뜻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심오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결코 그것이 누군가에게 내세울만한 대단한 가치관이나 신념이 아니라 해도, 제가 믿는 것이 있다면, 오로지  자신의 ‘좋은 결과’를 위해서, 또는 즉흥적인 기분에 따라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누구이든 간에, 먼저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타인에 대한 배려야말로, 어쭙잖은 생각일지 몰라도, 소설을 쓰는 데 있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고, 또한 바로 그것이 소설을 쓰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야말로 제가 알고 있는 유일한 선한 행위입니다.
저는 udeis 선배님께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어떤 뜻을 전달하는 데 좀 더 신중해지시길 바랍니다. 과연 선배님께서 올린 글을 읽고, 제가, 또는 바로 위에 글을 올린 두 분이 어떤 기분이 들까를 고려하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저를, 그리고 이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을 불쾌하게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면, 크게 성공하셨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그 목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udeis 선배님 자신에게도 말입니다. 어쨌든 그 안에 담겨있는 다른 의미는 깊이 받아들이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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