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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물고기통신 84 본문

물고기통신

물고기통신 84

물고기군 2003. 5. 14. 07:14
며칠째 밤에 잠을 못자고 있습니다. 며칠째 많이 밥을 먹고, 많이 티브이를 봤습니다. 새벽 다섯 시 무렵이면 벌써 날이 밝아지기 시작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새벽 세시부터 마루에 누워 케이블 티브이를 보기 시작해서, 점점 밝아지는 실내에 마음이 무거워졌는데, 그러다 문득 어떤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결코 저는 제가 배운 것을 문장으로 쓸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참 많은 것들을 새로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서 기분이 좋았었는데, 그래서 그것들을 이제 쓰기만 하면 된다고 느꼈는데, 이제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배운 것, 알게 된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써서 누군가에게 전달한 만한 가치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쓸 수 있는 건, 아직 제가 배우지 못한 것,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참 막막한 일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이미 문장을 쓰고 있는데, 이것 또한 제가 오늘 아침 배운 것이므로, 역시 쓸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치 모래사장 위에 찍힌 발자국 같은 것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은 자신의 형태를 감추는 것입니다. 어느 것이 자국이고 어느 것이 본래의 모래더미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윽고 바람이 모든 것을 지워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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