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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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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귀환

물고기군 2000. 5. 5. 01:46
돌아왔다. 다시 고등학생이 된 기분이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말없는 아이였다. 아니, 원래 나는 말 없는 아이였다. 때로 내 자신의 말없음을 싫어했던, 아이였다. 답사내내, 나는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들은,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고, 우리는 서로 대화를 나눌만한 아무런 공통의 화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건, 앞으로도 영원히 그들과 나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거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나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나 보다. 답사 마지막 날, 안주도 없이 소주를 반 병 정도 마시고, 숙소를 돌아다니며, 무슨 말이라도 나눌만한 사람을 찾아 다녔다. 새벽이 희부윰하게 밝아올 때쯤, 결국 누구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취해서, 방 한구석에 베개 하나만 베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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