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물고기통신 45 - 진공청소기 본문
기분이 우울할 때는, 진공청소기를 돌리세요. 진공청소기가 없다고요? 그럼, 사세요. 10킬로가 넘는 볼링공도 들어올리는 강력한 파워의 진공청소기도 십 몇 만원 밖에 안한답니다. 게다가 카드로 구입하면 3개월까지 무이자예요. 대신 코드는 긴 걸로, 흡입구의 브러쉬는 180도 회전이 가능한 걸로. 안 그러면 오히려 짜증만 더해질지도 몰라요. 자, 준비가 됐으면 전원을 켜세요. 소리가 들리나요? 위이이잉. 구석구석 묵은 먼지를 힘껏 빨아들이는 거예요. 부스스한 머리라도 상관없고, 속옷 바람이라도 괜찮아요. 창문을 열고, 음악을 크게 틀고, 진공청소기를 끌면서 춤이라도 출 수 있다면, 또 그렇게 하세요. 바퀴가 잘 굴러갑니까? 먼지가 빨려 들어가는 게 보이나요? 기분이 어때요? 알겠죠? 기분이 우울할 때는, 진공청소기야말로 가장 소중한 친구랍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가만히 바라보면 생긴 것도 참 귀엽지요. 마치 코끼리나 기린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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