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물고기통신 37 본문
문장을 쓴다는 게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문장을 쓸 수 있다는 말에 대해서, 예전에 저는 과연 그럴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문장에 대한 그러한 태도가, 어쩌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을 줄 수도 있겠구나 싶었던 겁니다. 마치 산다는 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더 잘 살 수 있다는 식처럼 말이죠. 그러나 물론, 선뜻 그러한 입장을 취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것이 삶이든 문장이든, 때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어야만, 획득할 수 있는 '무언가'를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 말을 조금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과연 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문장을 쓴다는 게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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