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첫 눈 통신 본문
눈이 왔나봐. 어제 저녁무렵 창 밖을 내다봤을 땐 아스팔트가 까맣게 젖어있길래 비가 내렸나 싶었는데, 학교에 와보니 사람들 발 닿지 않는 곳에 하얗게 눈이 쌓였더라. 이상하지. 나이가 들 수록 사람은 냄새에 민감해지는 법인가봐. 눈냄새가 났어. 뭐랄까, 냄새란 것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법이지만, 난 단박에 아, 눈냄새구나 라고 깨달았어. 항상 기억이란 직접적인 감각을 통해 일깨워지는 법이니까. 눈냄새를 기억하기 위해선, 직접 눈냄새를 맡아봐야 한다구.
참 오랫동안 너에게 편지를 쓰지 못했구나. 솔직하게 고백하면 편지를 써야지 싶을 정도로 네 생각을 깊이 한 적이 없었던 탓이겠지. 오늘은, 무슨 까닭인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집을 나서 학교까지 오는 긴 시간동안 네 생각만 했지. 시험이어서 페이퍼를 한 두장이라도 읽어봐야 했었는데 말이야. 나중에야 그게 '눈냄새'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어. 아까도 말했다시피, 기억이란 항상 감각을 통해 일깨워지는 법이니까.
어렸을 때, 겨울이 되고 창문에 하얗게 김이 서리면 '애기발자국 찍기'를 하곤 했었지. 꼭 쥔 주먹의 옆날을 도장찍듯 창문에 찍은 뒤에, 바로 위에 다섯 개의 발자국을 크기를 맞춰서 찍는거야. 그럼, 그게 정말로 애기발자국 같다니까.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 찍으면, 자 이제 애기가 창면을 걸어가는 거야. 눈이 와서 애기는 창 문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엄마가 나가지 못하게 해서 그래. 이렇게 적고보니 무슨 공포영화 같은데.
근데, 요즘엔 그런 짓은 하지 않아. 물론 내 방에 애기가 돌아다닐 수 있을만큼 큰 창이 없는 탓도 있고, 어쩐 일인지 창문에 하얗게 김이 서리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나이를 먹은 탓이겠지. 정말, 벌써 난 스물 여덟 살이 되려고 한다구.
아무튼, 제목에 적은 것처럼 이건 '첫 눈 통신'이야. 첫 눈이 아니라고? 상관없어. 나한테 이게 첫 눈이니까. 세상에 '첫 눈 내린 날'이 대통령법에 의해 공포되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첫 눈 전령사'같은 사람도 없는데 내가 '첫 눈'이라면 '첫 눈'인거지. 그리고, 너한테도 이게 '첫 눈'이었으면 좋겠다. 자, 오늘은 기념일이야. 너와 나의 1999년 겨울 '첫 눈 온 날'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항상, 헤어지고 나면 하지 못한 일들만 떠오르는가봐.
참 오랫동안 너에게 편지를 쓰지 못했구나. 솔직하게 고백하면 편지를 써야지 싶을 정도로 네 생각을 깊이 한 적이 없었던 탓이겠지. 오늘은, 무슨 까닭인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집을 나서 학교까지 오는 긴 시간동안 네 생각만 했지. 시험이어서 페이퍼를 한 두장이라도 읽어봐야 했었는데 말이야. 나중에야 그게 '눈냄새'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어. 아까도 말했다시피, 기억이란 항상 감각을 통해 일깨워지는 법이니까.
어렸을 때, 겨울이 되고 창문에 하얗게 김이 서리면 '애기발자국 찍기'를 하곤 했었지. 꼭 쥔 주먹의 옆날을 도장찍듯 창문에 찍은 뒤에, 바로 위에 다섯 개의 발자국을 크기를 맞춰서 찍는거야. 그럼, 그게 정말로 애기발자국 같다니까.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 찍으면, 자 이제 애기가 창면을 걸어가는 거야. 눈이 와서 애기는 창 문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엄마가 나가지 못하게 해서 그래. 이렇게 적고보니 무슨 공포영화 같은데.
근데, 요즘엔 그런 짓은 하지 않아. 물론 내 방에 애기가 돌아다닐 수 있을만큼 큰 창이 없는 탓도 있고, 어쩐 일인지 창문에 하얗게 김이 서리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나이를 먹은 탓이겠지. 정말, 벌써 난 스물 여덟 살이 되려고 한다구.
아무튼, 제목에 적은 것처럼 이건 '첫 눈 통신'이야. 첫 눈이 아니라고? 상관없어. 나한테 이게 첫 눈이니까. 세상에 '첫 눈 내린 날'이 대통령법에 의해 공포되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첫 눈 전령사'같은 사람도 없는데 내가 '첫 눈'이라면 '첫 눈'인거지. 그리고, 너한테도 이게 '첫 눈'이었으면 좋겠다. 자, 오늘은 기념일이야. 너와 나의 1999년 겨울 '첫 눈 온 날'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항상, 헤어지고 나면 하지 못한 일들만 떠오르는가봐.
그 때 내가 멀리 있어서, 우리 첫 눈 오는 날에 같이 있지 못했었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