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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전화번호, 그림자 본문

단상

전화번호, 그림자

물고기군 1999. 12. 16. 02:34
이젠 다 잊어버렸다.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녀의 집 전화번호, 핸드폰 번호, 삐삐번호, 직장번호. 어떤 것도 기억할 수 없다. 술만 마셨다 하면, 내 이름은 잊어버려도 그녀의 전화번호는 잊지 않았는데. 공중전화부스, 난 언제나 전화기에 머리를 기대고 전화했었지. 그 뒤 어느 날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모든 번호들이 문득 힘들어졌다. 문득 내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하지만 이젠 다 잊어버렸다. 일 년 지났을 뿐인데, 잘 모르겠다. 그게 긴 시간인지, 아님 짧은 시간인지. 일 년 전 그 날, 이렇게 쉽게 보낼 수 있는 일 년일 줄 알았다면, 좀 더 의연했을 텐데.

돌아보면, 언제나 그림자는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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