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레인맨 본문
고등학교 때였던가? 같은 반에 남우라는 친구가 있었다. 성은 모른다. 그래도, 이름만은 언제까지나 기억할 수 있다. 지독히도 말이 없던 친구였다. 얼마나 말이 없었냐면, 반에서 친구가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아, 상상해보라. 고등학교 삼 년 내내 그에겐 단 한 명의 친구도 없었다. 항상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숙여 걸었고, 행여 눈이라도 마주치면 재빨리 회피하던 친구였다. 왜 그랬을까? 뭐가, 저 아이를 저렇게 만들었을까?
체구는 자그만했고, 몇 번인가 뒷자리의 아이들에게 돌림빵을 당하곤 했었다. 또 왜 그랬을까? 왜 아무도 그를 돌보지 않았을까?
그래, 그 친구의 이름이 남우였다.
언젠가, 짓궂은 친구 하나가 칠판에 커다랗게 이렇게 썼다. 男雨=레인맨
그래서 기억하는 거다.
언젠가, 다시 모교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졸업증명서가 필요했던 것이다. 학교는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다만, 운동장이 조금 더 넓게 보였을 뿐이다. 실제로 넓어졌을 리는 없다. 오랜만에 국민학교를 다시 찾았을 땐, 오히려 작아 보이더니, 이상한 일이었다. 괜히 어깨가 움츠러들고, 기분이 나빠진다. 여름이어서 교실마다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었는데, 수업 중인 교실을 넘겨다보면, 왜 그런지 우울해졌다. 내가 이만큼이나 나이를 먹어 저 시절로 다신 돌아갈 수 없다는 것 때문인지, 아님 내가 아직도 저러한 교실에서 단 한발 짝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난 청소시간을 좋아했다. 청소를 다 끝내고, 담임 선생님에게 청소검사를 맡고, 아이들이 다 떠난 교실에서 오랫동안 창 밖을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 운동장에는 길게 줄을 지어 교문으로 걸어가는 아이들, 농구코트에선 하얀 런닝셔츠 바람으로 농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해질녘의 햇볕은 운동장의 흙바닥을 더욱 노랗게 보이게 만들었다. 교실에선 오래된 목제책상 냄새가 난다. 행복했었나? 잘 모르겠다. 여기선 아무도 그런 걸 묻지 않아. 지금은, 수업이 끝나고, 청소도 끝마친 텅 빈 교실에 있는 거니까.
난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체구는 자그만했고, 몇 번인가 뒷자리의 아이들에게 돌림빵을 당하곤 했었다. 또 왜 그랬을까? 왜 아무도 그를 돌보지 않았을까?
그래, 그 친구의 이름이 남우였다.
언젠가, 짓궂은 친구 하나가 칠판에 커다랗게 이렇게 썼다. 男雨=레인맨
그래서 기억하는 거다.
언젠가, 다시 모교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졸업증명서가 필요했던 것이다. 학교는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다만, 운동장이 조금 더 넓게 보였을 뿐이다. 실제로 넓어졌을 리는 없다. 오랜만에 국민학교를 다시 찾았을 땐, 오히려 작아 보이더니, 이상한 일이었다. 괜히 어깨가 움츠러들고, 기분이 나빠진다. 여름이어서 교실마다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었는데, 수업 중인 교실을 넘겨다보면, 왜 그런지 우울해졌다. 내가 이만큼이나 나이를 먹어 저 시절로 다신 돌아갈 수 없다는 것 때문인지, 아님 내가 아직도 저러한 교실에서 단 한발 짝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난 청소시간을 좋아했다. 청소를 다 끝내고, 담임 선생님에게 청소검사를 맡고, 아이들이 다 떠난 교실에서 오랫동안 창 밖을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 운동장에는 길게 줄을 지어 교문으로 걸어가는 아이들, 농구코트에선 하얀 런닝셔츠 바람으로 농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해질녘의 햇볕은 운동장의 흙바닥을 더욱 노랗게 보이게 만들었다. 교실에선 오래된 목제책상 냄새가 난다. 행복했었나? 잘 모르겠다. 여기선 아무도 그런 걸 묻지 않아. 지금은, 수업이 끝나고, 청소도 끝마친 텅 빈 교실에 있는 거니까.
난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