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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어른이 될 것 본문

단상

어른이 될 것

물고기군 1999. 7. 3. 02:03


놀라운 일이다. 형주와 누군지 알 수 없는 여배우라는 사람이 글을 남겼다. 비유하자면, 문리대 앞 벤치에 들렀다. 형주. 대체 어디서 컴퓨터에 접속한 걸까? 고향집에 컴퓨터가 있는걸까? 그리고, 여배우는 누굴까? 국문과 사람일까? 아님, 들녘 사람인데 그냥 이름을 밝히지 않는걸까? 아무튼 반갑고, 한편 감격스럽다.

방학이 되었다. 방학이 된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는데, 우울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울증은 어디서 오는가? 이유는, 1학기 동안 난 뭘 했는가 라는 후회에서 비롯된다. - 이유는 무엇무엇에서 비롯된다, 라는 문장이 맞는걸까? 강박관념처럼, 주어와 동사를 맞추고 있다. 필시 내 자신의 문장을 믿을 수 없어져 버린 탓이다. 왜 이 지경이 된 걸까?
문장의 자기검열, 긴장감, 수사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 어렵게 말하지 말자. 분명 난 문장에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문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지 문체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난 문장과 문체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고 있다. 자꾸만 내가 나를 못살게 군다. 못살게 굴면 정말 못산다.

1학기.
한 편의 소설과, 한 편의 희곡과, 두 개의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이 정도면 꽤 열심히 산 게 아닌가? 하지만 외관이 아니라 본질의 문제로 들어가면 입 닥쳐야 한다. 입닥치라고. 한 편의 소설은, 예심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그게 뭐 대수라고. 하지만 그 놈은 분명히 소설에 대한 나의 자신감을 - 비롯 그것이 근거없는 것이었다 해도 비웃으며 회수해 갔다. 문제는, 여자를 꼬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여자를 꼬실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말조차 걸지 못하는데에 있다. 실제로 난 지금 말조차 걸지 못하고 있다. 말을 걸어봤자, 망신만 당할 것 같다.
희곡. 피드백이 되지 않는다. 아무도 내 희곡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어쩜 그게 다행인지도 모른다. 두 개의 홈페이지.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스무 살 때처럼 내겐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런데도 개인적인 흥미에 빠져 근 한 달 이상을 홈페이지 제작으로 날려 버렸다. 스무 살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자꾸만 회피한다. 이젠 삶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전략이 필요할 때인데. 어른이 되야 한다. 모든 게 억압이라고 소리칠 수 있는 나이는 아니다. 현실원칙. 몇 번이나 다짐하지 않았던가?

어른이 될 것.
작년 언젠가 내 자신에게 다짐했던 말.
그 문장을 찾아봐야 겠다. 몇 번씩 써 본 영어 단어를 까먹는 것처럼, 자꾸만 다짐들을 잊어버린다.

오늘의 다짐.
시시해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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