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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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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군 2001. 10. 12. 19:05
1997년 6월 12일.
내가 2년 2개월의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날이다. 그로부터 약 넉 달 간, 나는 같은 동네의 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학교에 다녔는데, 우린 둘 다 다음 해에 복학하기로 되어 있었다.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시절은 S.E.S의 1집이 한창 방송을 타던 때였다. 우리는 아침마다 그 노래들을 반복해서 들으며, 강변을 따라 달렸다. 학교에 도착하는 건 아침 여덟 시쯤이다. 가방을 자리에 놓고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뽑아서, 도서관 앞 돌층계에 앉는다. 주위는 환했지만 아직 태양은 충분한 높이로 올라서지 않아 지표에는 햇빛이 비치지 않았다. 하나 둘 씩 가방을 멘 학생들이 도서관 앞  길을 따라 올라왔다. 그들 중 내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시간을 좋아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했던 시간을 기억하고 때때로 생각하는 건, 쓸쓸한 일이다.

학교에 갔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마치 캠퍼스의 나무나 건물들을 바라보는 척하면서 걸었는데, 그건 그게 누구든지 간에 아는 사람의 얼굴을 발견하게 될까봐 두려워서였다. 2001년 10월 11일.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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