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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소설을 쓰기 전에 본문

단상

소설을 쓰기 전에

물고기군 2000. 2. 10. 01:40
  알았다. 분명, 백미터 달리기 선수가 시합에 임하기 전 근육을 풀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워밍업을 하는 것처럼, 문장을 쓰는 행위, 특별히 소설을 쓰는 경우에도 그러한 사전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그건, 차라리 배우가 슬픈 장면을 찍기 전에, 그리고 눈물을 안약 없이 흘리기 위해 슛이 들어가기 전부터 슬픈 기억을 떠올리는 것에 가깝다. 중요한 건, 리듬을 타는 것이다. 몰입해야 하고,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해선 안 된다. 가령, 목이 말라서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배가 고파져서 뭔가를 주섬주섬 챙겨먹는 행위는 최대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배부른 정신은 소설을 쓸 수 없다. 소설의 일종의 결핍으로 비롯되는 양식이다. 전화도 안 된다. 세계와의 단절이 필요하다. 정신적 공복상태와, 세계와의 단절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자기만의 몸풀기 방식을 가지는 것도 좋다. 나 같은 경우는, 지금 쓰고 있는 소설과 가장 흡사한 리듬을 가진 다른 소설들을 먼저 듬성듬성 읽는다. 그리고 머리 속으로 문장들을 생각한다. 입으로 몇 번이고 반복해보고, 가장 울림이 좋고, 매끄러운 첫 문장을 만들어낸다. 그럼 이제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전날에 작업했던 문서를 불러온다. 불을 모두 끄고, 담배를 눈에 보이는 곳에 챙기고, 녹차나 커피를 준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테이프를 미리 선곡해 둔다. 대개는 옛날 노래를 듣는다. 요즘에 듣는 음악은, 윤종신 2집인데, '너의 결혼식'이 있는 앨범이다. 자, 이제 소설을 쓰는 일만 남았다. 이미, 첫 문장은 생각해 뒀으니까. 첫 문장을 재빨리 치자.

'내가 견딜 수 없는 게 뭔지 알아?'

ps : 요번주 세미나에 잘하면 신작소설을 가지고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전날 저녁에 올리도록 하죠. 어쩜, 그 때문에 발제를 못할 것도 같은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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