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연습장 본문
고등학교 때 쓰던 연습장을 버리지 않았다. 버리지 않았는데, 그게 어디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수학문제를 풀고, 영어 문장을 반복해서 쓰던 연습장이었다. 그리고 그 여백에, 그 뒷장에 문장을 적었다. 그것을 뭐라 불러야 하는지는 모른다. 그 때에도 나는 내가 뭐라 이름 붙일만한 것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같기도 하고, 그냥 짧은 단상같기도 하고, 일기같기도 했다. 때로 편지이기도 했다. 아니면, 언제나 완성되지 못한 소설의 서두였는지도 모른다. 하여간 나는 틈나는 대로 그것을 적었고, 연습장을 다 쓰고 나서도 버리지 않았다. 그 중 몇 개의 것들은 서클의 시화전에 출품하기도 하고, 또 몇 개의 것들은 고등학교 교지에 수필이라는 이름으로 실었다. 그러니까 그건 정말로 시도 되었다가, 수필도 되었다가 한 것이다. 실제로 그 양쪽 다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이제는 연습장에 그런 문장을 적지 않는다. 고백하자면 연습장 같은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소설을 쓰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실제로 몇 편의 소설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것을 다행히도 소설이라 불러준다. 내가 읽어봐도 그건 소설 같다. 정말 다행한 일이다.
어째서 내가 소설을 택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알았던 때도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내가 왜 소설을 택했는지 설명할 수 있었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이유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가, 무슨 운명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설명할 수 없지만 운명같은 건 잘 믿지 않는다.
세상을 낭만으로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 꿈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올바르거나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근사하다.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면 살고 있지만 말이다.
이제는 연습장에 그런 문장을 적지 않는다. 고백하자면 연습장 같은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소설을 쓰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실제로 몇 편의 소설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것을 다행히도 소설이라 불러준다. 내가 읽어봐도 그건 소설 같다. 정말 다행한 일이다.
어째서 내가 소설을 택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알았던 때도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내가 왜 소설을 택했는지 설명할 수 있었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이유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가, 무슨 운명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설명할 수 없지만 운명같은 건 잘 믿지 않는다.
세상을 낭만으로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 꿈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올바르거나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근사하다.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면 살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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