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관리 메뉴

시간의재

철학자의 자살과 소고기 김밥 본문

단상

철학자의 자살과 소고기 김밥

물고기군 2001. 5. 1. 01:04

철학자의 자살은 나를 생각하게 한다. 거기에는 아주 잠시라해도 뭔가 생각할 거리가 있다고 느낀다. 그건 아마, 내가 철학이라는 것도 자살이라는 것도 잘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살이 궁극적으로 의미하는 죽음이라는 문제 또한 그렇다. 나는 여자에게, 아마 인간이란 결국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걸 꺼야, 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이란 게 무엇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유적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 인간 보편을 품고 있는 자기 자신의 문제일지 모른다. 보편으로써의 존재란 무엇인가? 만일 존재라는 것이 하나의 양식에 불과하다면, 개체로써 표현되는 존재, 즉 주체란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철학이란 결국 그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작업일 거라고 짐작해본다. 만일 사유라는 것이 인간의 존재를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다면, 철학은 궁극에는 종교적인 것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의식만으로 인간이 생을 초월할 수 있다면, 죽음의 문제는 철학자에게 각오가 필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가령, 김밥 전문점에서 소고기 김밥을 먹을 것인가, 치즈 김밥을 먹을 것인가라는 문제처럼 말이다. 선택은 때로 사후에 후회라는 형태로 표현되지만, 후회란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일 뿐일 수 있고, 개의할 바는 아니다. 알겠어, 그러니까, 인생에는 울 만한 일이란 존재하지 않아, 하고 나는 마지막으로 여자에게 말한다. 울고 싶을 때에는, 철학자의 자살과 소고기 김밥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런 생각의 끝은 언제나 생을 긍정하게 만든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픈 이야기  (3) 2001.05.14
드라이빙  (0) 2001.05.13
친구에게  (0) 2001.04.27
생각  (3) 2001.04.12
지독한 시간들은  (2) 2001.04.0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