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08/03 (3)
시간의재
어제 밤에 침대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팬케이크가 먹고 싶어졌다. 어느 미국 드라마에서 본 때문이었다. 일어나서 팬케이크 조리법을 인터넷으로 알아보려다 귀찮아져서 그냥 잤다. 오늘 낮 동안 까맣게 잊고 있다가 방금 전에 인터넷으로 조리법을 찾아보았다. 밀가루, 설탕, 계란, 우유 또는 물. 이게 전부다. 팬케이크. 이게 전부라고? 물도 떨어지고 해서 슬슬 장보러 가야할 때가 되가는데 이번에는 장보기 목록을 작성해 볼 생각이다. 그날은 내가 팬케이크를 해먹는 날이 될 것이다. 어쩐지 장을 보고 와서 밀가루에 계란을 풀고 우유도 넣고 해서 팬케이크를 해먹는다고 생각하니 내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메이풀시럽을 곁들인다면 더 맛있겠지. 팬케이크. 그게 전부다.
우연이라면 우연이고, 아니라고 한다면, 가령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또 그럴 수도 있는 일인데, 최근에 내가 만났던 여자들은 계속 여자 형제 밖에 없는 여자들이었다. 그 점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본 건 아니고, 어느 날 전철을 타고 이동하다가 열차가 지하를 빠져나와 지상 구간에 접어들었을 때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고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 그러네, 자매들이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자리에서 몇 명중에 몇 명이 그랬는지를 밝힐 수는 없다. 어쩌면, 그건 거의 의미 없는 비율인지 모른다. 일종의 규정타석 미달이랄까? 표본자체가 부족하다. 하지만 이 점은 확실한데, 나는 그녀들이, 또 그녀가 여자 형제 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여동생, 언니 밖에 없다는 사실..
며칠 전에 내가 연기자가 된 꿈을 꾸었다. 아니 연기자가 되었다기 보다, ‘연기’를 하는 꿈을 꾸었다는 게 맞을 거다. 아무리 꿈속이라 해도,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나조차도 부끄러운 ‘연기 비슷한’ 어떤 짓을 하고 있었다. 왜 내가 연기자가 된 거지?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가? 사람들이 내게 뭐라고 욕을 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그건 굉장히 지독하고 불쾌한 꿈이었는데, 현실로 치자면 내가 외국의 호텔 프론트에서 더듬더듬 영어를 하는 상황과 비슷하겠다. (실제로 그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안다. 항상 그렇듯이 상대방은 내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내게 어떤 것을 요구했는데, 나는 도대체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 가장 나빴던 건 내가 그 자리를 도망쳤다는 거다. 호텔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