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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물고기통신 75
나는 때때로 가을날 휴일 오후의 공원을 떠올린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투명하고, 풀 냄새가 나는 공원이다. 잔디밭이 눈 닿는 데까지 넓게 펼쳐져 있다.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가 들리고, 멀리서 희미하게 열차소리도 들린다. 나무 그늘이 비껴 간 벤치에 앉아 여자의 어깨를 감싸안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그녀의 머리칼을 흔드는 바람과, 발 밑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에 관한 얘기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땐 잘 모른다. 잘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때엔 나 혼자 그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대부분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내 옆에 앉아서 담배를 나눠 피기도 한다. 뭐라해도 모두가 행복한 가을날의 공원인 것이다. 이제 그 시절의 일을..
물고기통신
2003. 3. 2.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