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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빠트린 얘기 본문

단상

빠트린 얘기

물고기군 2000. 6. 13. 21:43
아, 얘기 못한 게 있다. 서점의 음반 매장에서 역시 오랜만에 테이프를 샀다. 김광진의 솔로 앨범. 몇 번인가, 케이블 TV에서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노래가 끝날 때가지 다른 채널로 돌리지 못했다. 지금 그 노래를 듣고 있다. 오랜만에 - 그러고 보니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하게 된 일이 많네 - 문장을 쓰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그녀에 대해 오래 생각했고, 그것은 내 삶에 대해서 오래 생각했다는 말과 같다.

항상 문장을 생각하고 있다. 대단한 건 아니다. 대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그러한데,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샤워를 하고 뜨거운 차를 준비하고 불을 끈 뒤에 내가 쓰고 싶은 문장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제목은 없지만, 주제는 있다. 가령, 최근의 내가 쓰고 싶었던 주제는 '회기역 승강대의 비둘기', '어두워지는 저녁의 구름' 등등 이었다. 그렇게 해서,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문장들을 머리 속에 떠올린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면, 나는 한 줄도 쓰지 않는다. 왜 인지는 모르겠다. 역시 내 성격 탓이라고.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고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다'라는, 거의 내 대부분의 문장에 나오는, 문장에 대해 뭔가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아, 분명 나는 혼자 걸으면서 몇 번이나 그럴지도 모르지, 라고 중얼거렸고, 그 말은 나를 아프게도 했고, 나를 체념하게 만들기도 했다.

오랜만에 정말 길게 문장을 썼다.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나는 꽤 길게 쓸 수 있는 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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