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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물고기통신 95 - 김연우 '연인' 본문

물고기통신

물고기통신 95 - 김연우 '연인'

물고기군 2004. 3. 1. 08:19

일요일, 한 시간 한 시간 해야 할 일을 미루면서 계속 티브이 채널만을 돌리다가 ‘연인’이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었습니다. 토이의 객원가수로 이름을 알린 김연우의 독집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모르긴 몰라도 이 역시 유희열의 곡이라 짐작됩니다. 뮤직비디오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실제 여러 쌍의 연인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건 마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비슷합니다. 영화를 본 분이라면 쉽게 연상하실 거라 믿습니다만, 한 쌍 한 쌍 차례로 인터뷰가 진행됩니다. 여자가 말을 하거나 남자가 말을 합니다. 그 동안 둘은 꼭 붙어 앉아서 손을 잡고 있거나 어깨를 감싸 안고 있거나 말하는 상대방의 얼굴을 정말 사랑스럽다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만히 상대방의 말을 듣기만 하는 커플도 있고, 맞장구를 치는 커플도 있습니다. 그들은 아주 평범하게 보입니다. 그러니까 어디서나 눈에 확 띨 만큼 미남 미녀가 아닙니다. 하지만 연출자의 역량이 뛰어난 탓도 있겠지만,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연기가 아닙니다. 결코 연기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같이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죠.’라고 말합니다. 그 말은 아주 좋아 보입니다. 그들은 결코 미남미녀도 아니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값비싼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별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지만, 부러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제 마음도 조금은 행복해진 것 같았습니다.

때로 무엇이 올바른 행동인지 알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은 심각한 얘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아주 사소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무엇을 바라야 하는지, 그것을 바랄만한 자격이 있는지, 그리고 과연 그 일이 이루어질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 그러니까 나의 바람이 헛된 것이 아닌지, 잘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무엇이 욕심이고, 무엇이 올바른 바람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는 깨닫게 됩니다. 무엇이 욕심이고, 무엇이 마땅한 바람인지 알게 됩니다. 저는 분명히 그것을 바라야 했고, 마땅히 그것을 가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죠. 때로 저는 그것이 욕심이라 생각했고, 제 마음이 거짓이라고 체념했습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화가 나기도 하고, 자포자기적인 심정에 빠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점은 후회되지 않습니다. 제 욕심을 후회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제 후회는 제가 마땅히 바라야 했던 것을 쉽게 포기한 것입니다.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그랬을까요? 이것은 아주 사소한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사소해서 저는 별 상처도 받지 않습니다. 저의 후회도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제가 추구했던 것은 ‘만족’이었습니다. 행복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해서 제 마음이 아주 튼튼해졌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제 그 튼튼한 마음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저를 조금 슬프게 합니다. 하지만 역시 이 또한 사소한 슬픔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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