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물고기일기 2 본문
참 오랫동안 문장을, 소설을 쓰지 않았다. 오늘 내가 예전에 쓴 소설 한 편을 읽었다. ‘먼 산에 내리는 눈.’ 역시, 처음 그것을 쓰고 며칠 뒤 느꼈던 것처럼, 부족함을 느낀다. 어떤 부분은 좀 더 밀고 나갔어야 한다고, 그랬어야 한다고 느낀다. 한 때는 소설을 쓴다는 것이 즐거웠고, 한 때는 소설을 쓰는 것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 한 때는 소설을 쓰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고, 한 때는 소설을 쓰는 것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느꼈다. 산다는 일에 비하면, 정말로 문장을 쓴다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산다는 것도 소설을 쓴다는 것도, 내가 아직 배워야 할 게 너무나 많다고 느낀다.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생각한다. 이만큼인가? 이만큼이면 괜찮은가? 남들만큼은 살아온 건가? 남들만큼은 소설을 잘 쓰고 있는가?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내게 아직 더 노력할 부분이, 내가 아직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 그런 시간이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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