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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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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통신

물고기통신 48

물고기군 2002. 5. 21. 01:43
오늘은 참 위로받고 싶은 하루입니다. 누군가 있어서,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렇다 해도, 저는 ‘그건 내 잘못이야.’라고 말해야할 테지만. 직원 두 명이 그만두었고, 18만 원짜리 티 포트와 8만 원짜리 커피 잔이 깨져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직원 두 명이 그만 둔 건 함께 일하던 다른 직원과 싸운 게 계기가 되었고, 컵을 깬 건 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게 무슨 변명이 될까요? 제가 카페를 맡은(?) 후로, 지금껏 한 명의 직원이 월급 받은 다음다음날 아무 말 없이 나오지 않았고, 한 명의 직원은 제가 해고했고, 그리고 이제 두 명의 직원이 제게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나갔습니다. 이 모든 일이 고작해야 두 달도 못되어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전에도 한 번 말했던 것 같은데, 사람들은 모두 다 자기 자신이 남들보다 그래도 조금은 나은 인간이 아닌가, 생각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물론 모든 방면에서 모든 사람들보다 뛰어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평균적인 사람들보다는 조금은 나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걸 시시때때로 깨닫고, 제 자신에게 실망하고, 한 없이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지만, 제 성격 자체가 본래 낙천적이어서 그런지 금방 회복되곤 했습니다. 또 때때로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나은 인간이라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많지는 않지만) 더러 있기도 해서, 지금껏 별 탈 없이 잘 살아온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 중의 하나는, ‘자기 자신을 동정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건 ‘지아이 제인’이라는 영화에서, 그리고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서도 나온 이야기입니다. 또한 확신할 수는 없지만 팀 오브라이언의 ‘그래도 살고 싶다.(원제 : 뉴클리어 에이지)’에도 나온 말입니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기 자신을 동정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를 동정하는 인간이란 최악의 인간입니다. 구제될 수도, 구제받을 수도 없습니다. 뻔한 얘기지만, 패배(?)자체는 문제 되지 않습니다. 누구나 질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패배감에 빠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싸움은 언제나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고, 우리가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열 번의 기회 중에 단 세 번만 안타를 쳐도, 우리는 그를 강타자라고 부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겁니다.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에서 알 파치노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껏 나도 수많은 인생의 갈림길에 섰었다. 그때마다 나는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 길을 택한 적은 없다. 왜냐면 그 길은 너무 힘드니까.” 제 얘기를 하자면, 저는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언제나 알 수는 없었습니다. 대개는 잘 몰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항상 어느 길이 편한 길인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이켜 보건데, 항상 편한 길을 택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 역시 옳은 길을 택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제 앞으로 제가 힘든 길을 택했다고 느낀다면, 또한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몰라도, 그 숱한 갈림길에서 언제나 힘든 길을 택할 수 있다면, 그게 옳은 길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제 자신이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술 먹고 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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