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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물고기통신 33 본문

물고기통신

물고기통신 33

물고기군 2002. 2. 21. 01:12
타인을 비난하는 것은 참 쉬운 일이지만, 또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비난의 쉬움은, 그 비난의 감정이 마음의 얕은 곳에 있기 때문에 별 다른 노력 없이 쉽게 끄집어 올릴 수 있다는 데에 있고, 어려움은 그 비난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비난하고자 할 때, 거기에  노력을 기울여 힘을 쏟으려 할 때마다, 과연 그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그렇게 해서 비난하는 자신이나, 그 비난의 상대에게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면, 거기에는 온전한 소모 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누구라도 얻을 수 있습니다. 비난은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습니다. 마음의 얕은 곳에 있는 감정을 취하는 사람은, 결국 그 마음이 얕아지고,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됩니다.

‘물고기 통신 32’에서 씨네 21 아줌마의 영화평에 대해 몇 마디  하고 나서,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본격적으로 작정하고 긴 글을 썼었더랬습니다. 그러다 ‘이게 뭔 짓인가?’ 싶더군요.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런 문장이나 쓸 시간에 방 청소라도 하는 게 훨씬 더 보람찬 인생입니다. 정말로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모자란 인생입니다. 비난은 받는 걸로 족합니다. 그 정도만 해도, 저는 비난이 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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