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물고기통신 1 본문
1. 일주일 간 시골에 내려갔다 왔습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조그만 구멍가게 하나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매일같이 농사를 지었습니다. 죽을 맛이더군요. 다시 군대에 간 기분이었습니다. 일곱 시 기상, 아침 식사, 오전 작업, 점심 식사, 오후 작업, 저녁 식사, 열 시 취침. 게다가 도시가 너무 그립더군요. 나흘 째 되는 날에는, 점심을 먹고 마을 앞 국도 변에 앉아 담배를 한 세 대쯤 피었습니다.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음악 같았습니다. 한 보름이나 한 달을 작정했는데, 결국 일주일만에 도망치듯 올라왔습니다. 죽을 때까지 도시에서 살렵니다.
2. 새 소설을 시작합니다. 이전부터(?) 구상했던 건데, 내용은 극비 - 가 아니고, 운전면허학원에 관한 얘기입니다. (물론 운전면허학원에서 벌어지는 원장의 횡포와 비리에 대항하는 비분강개한 열혈남아의 최초의 학원강사 노조설립과 바야흐로 파업으로 진행되는 강력한 사회비판의 메시지가 담긴 스펙터클 소설이 아니라, 연애소설입니다. 아, 즐거운 연애소설.) 어서어서 써서 보란 듯이 소설란에 올리겠습니다.
3. 핸드폰이 없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여차저차하고 이러쿵저러쿵한 이유입니다. 잘 하면 일 주일 내로 없어질 테고, 잘 안되면 한 달쯤, 더 잘 안되면 그대로 있을 겁니다. 핸드폰이 없어지면 당분간 핸드폰 없는 생활을 하게 될 텐데, 다시 핸드폰을 구입한다 해도 번호는 바뀔 겁니다. 근 5년 간 써왔던 번호인데, 개인적으로 뭐든 잘 버리지 못하고 미련이 많은 타입인지라, 여러 사정이 있음에도 번호만은 꼭 쥐고 있었는데, 막상 '버리자' 맘먹으니까, 이상하게도 하나도 아쉬운 기분이 들지 않는군요. 예전에 집에 불이 나서 제 방이 홀라당 다 탔을 때도, 그랬습니다. 막상 제 것이라곤 그 날 입고 나갔던 옷과 가방 안에 든 몇 권의 책과, 그리고 가방뿐이었는데도, 하나도 아쉽지 않습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상하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아. 내가 뭘 가지고 있었는지 말야.' 세상일이 다 그런가 봅니다. 쥐고 있을 때는 애지중지 놓기 어려워 벌벌 떨다가도, 내 손을 떠나버리면 또 아무 것도 아닌가 봅니다. 아무튼, 우연히 라도, 그런 일은 없겠지만, 제게 연락할 일이 있는데, 가령 예전에 제가 했던 말이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서 따지고 싶은데 전화가 끊겨 있다면 속으로 삭이세요. 그래도 꼭 연락해야겠다 싶으면, 한국 소비자 보호원이나, 규제 개혁 위원회, 민원 불편 처리 센터에 연락하지 말고, 제 이 메일이나, 집 전화를 이용해주세요. 집 전화번호는, 흥흥, 안 가르쳐 주지. -_-;
4. 갑자기 이렇게 물고기 통신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으실까봐 말씀드리겠습니다. 계기는, 없습니다. 있다면, 굉장히 긴 얘기라서, 당장에 말씀드리기가 어렵군요. 그럼 말하겠습니다. 서울로 올라올 때 아버지가 제 장래에 대해 물었을 때,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든 일이 순조릅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나서, 내내 우울했었더랬습니다. 뻥이니까요. 순조롭기는 개뿔이 순조롭습니까. 이게 계기입니다. 굉장히 길고 복잡한 얘기라서 제대로 설명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5. 금강 휴게소에서 고속버스가 머물렀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고속도로 휴게소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먹어야 했던 가락국수며, 핫바며, 호두과자니 뭐 이런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휴게소적인' 분위기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 혼자서 가락국수를 먹고, 커피 한 잔을 뽑아서(일주일만에 마시는 커피 맛이란!),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있는데, 바로 앞 정유소의 불빛이 깜박 들어오더군요. 정확히 다섯 시 십 분 경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가로등이 막 켜지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저녁 어스름 말이죠. 뭐랄까, 거기에는 말로 잘 표현할 수 없는 애잔함이 있습니다. 하늘빛깔이나 공기에서 겨울 냄새가 났습니다. 쟈켓의 단추를 턱밑까지 올리고, 소매를 늘여서 손을 덮었습니다.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무한정의 시간속을 헤엄치는 백수 물고기' fish의 물고기 통신 1호였습니다. 이가희 짱.
아, 깜박 잊은 게 있는데, 오늘 우연히 '어깨가 좁은 여자'를 봤습니다. 뒷모습을 말이죠. 어깨가 좁든 말든, 전혀 상관 않고 살아왔는데,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더군요. 점점 인간이 시답잖아 지는 것 같습니다.
2. 새 소설을 시작합니다. 이전부터(?) 구상했던 건데, 내용은 극비 - 가 아니고, 운전면허학원에 관한 얘기입니다. (물론 운전면허학원에서 벌어지는 원장의 횡포와 비리에 대항하는 비분강개한 열혈남아의 최초의 학원강사 노조설립과 바야흐로 파업으로 진행되는 강력한 사회비판의 메시지가 담긴 스펙터클 소설이 아니라, 연애소설입니다. 아, 즐거운 연애소설.) 어서어서 써서 보란 듯이 소설란에 올리겠습니다.
3. 핸드폰이 없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여차저차하고 이러쿵저러쿵한 이유입니다. 잘 하면 일 주일 내로 없어질 테고, 잘 안되면 한 달쯤, 더 잘 안되면 그대로 있을 겁니다. 핸드폰이 없어지면 당분간 핸드폰 없는 생활을 하게 될 텐데, 다시 핸드폰을 구입한다 해도 번호는 바뀔 겁니다. 근 5년 간 써왔던 번호인데, 개인적으로 뭐든 잘 버리지 못하고 미련이 많은 타입인지라, 여러 사정이 있음에도 번호만은 꼭 쥐고 있었는데, 막상 '버리자' 맘먹으니까, 이상하게도 하나도 아쉬운 기분이 들지 않는군요. 예전에 집에 불이 나서 제 방이 홀라당 다 탔을 때도, 그랬습니다. 막상 제 것이라곤 그 날 입고 나갔던 옷과 가방 안에 든 몇 권의 책과, 그리고 가방뿐이었는데도, 하나도 아쉽지 않습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상하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아. 내가 뭘 가지고 있었는지 말야.' 세상일이 다 그런가 봅니다. 쥐고 있을 때는 애지중지 놓기 어려워 벌벌 떨다가도, 내 손을 떠나버리면 또 아무 것도 아닌가 봅니다. 아무튼, 우연히 라도, 그런 일은 없겠지만, 제게 연락할 일이 있는데, 가령 예전에 제가 했던 말이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서 따지고 싶은데 전화가 끊겨 있다면 속으로 삭이세요. 그래도 꼭 연락해야겠다 싶으면, 한국 소비자 보호원이나, 규제 개혁 위원회, 민원 불편 처리 센터에 연락하지 말고, 제 이 메일이나, 집 전화를 이용해주세요. 집 전화번호는, 흥흥, 안 가르쳐 주지. -_-;
4. 갑자기 이렇게 물고기 통신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으실까봐 말씀드리겠습니다. 계기는, 없습니다. 있다면, 굉장히 긴 얘기라서, 당장에 말씀드리기가 어렵군요. 그럼 말하겠습니다. 서울로 올라올 때 아버지가 제 장래에 대해 물었을 때,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든 일이 순조릅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나서, 내내 우울했었더랬습니다. 뻥이니까요. 순조롭기는 개뿔이 순조롭습니까. 이게 계기입니다. 굉장히 길고 복잡한 얘기라서 제대로 설명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5. 금강 휴게소에서 고속버스가 머물렀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고속도로 휴게소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먹어야 했던 가락국수며, 핫바며, 호두과자니 뭐 이런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휴게소적인' 분위기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 혼자서 가락국수를 먹고, 커피 한 잔을 뽑아서(일주일만에 마시는 커피 맛이란!),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있는데, 바로 앞 정유소의 불빛이 깜박 들어오더군요. 정확히 다섯 시 십 분 경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가로등이 막 켜지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저녁 어스름 말이죠. 뭐랄까, 거기에는 말로 잘 표현할 수 없는 애잔함이 있습니다. 하늘빛깔이나 공기에서 겨울 냄새가 났습니다. 쟈켓의 단추를 턱밑까지 올리고, 소매를 늘여서 손을 덮었습니다.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무한정의 시간속을 헤엄치는 백수 물고기' fish의 물고기 통신 1호였습니다. 이가희 짱.
아, 깜박 잊은 게 있는데, 오늘 우연히 '어깨가 좁은 여자'를 봤습니다. 뒷모습을 말이죠. 어깨가 좁든 말든, 전혀 상관 않고 살아왔는데,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더군요. 점점 인간이 시답잖아 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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