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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통신

메모

물고기군 2001. 3. 30. 05:08
상황을 이해하고 그 상황에 적응한다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난 항상 그 두 가지의 순서를 뒤바꾸어버린다든지 한가지만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때문에 결국엔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게 되어버리고 만다. 가령 고등학교 시절, 나는 상황을 이해했지만 적응하지 못했고, 재수시절은 그 반대의 경우였다. 그래서 결국엔 고등학교 때의 나의 모습은 쉬는 시간에 친구와 잡담을 나누기보다는 운동장으로 나있는 창가에 몸을 기울여 창 밖을 바라보거나 책을 읽거나 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와 반대로 재수시절엔 쉬는 시간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기보다는 학원옥상으로 올라가 담배를 피우며 친구들과 시시껄렁한 얘기를 마치 탁구 치듯 서로에게 튕겨대다가, 학원을 탈출해서 당구를 치거나 했다. 두 번의 실패를 겪은 이후에도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공간이었다.
                      - 1993년 가을의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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