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나는 서른 살입니다. 본문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 중의 하나는 크리스마스 때 대학 예비학교로부터, 그리고 나중에는 대학으로부터 서부로 돌아오는 일이다. 시카고보다 더 멀리 가는 자들은 12월의 어느 날 저녁 여섯 시에, 시카고 친구들과 함께 고색창연한 유니온 역에 모이는 것이었는데, 벌써 휴가의 즐거움에 들떠 조급히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다. 나는 미스 아무개 학교에서 돌아온 아가씨들의 털외투를 기억하며, 입김을 뿜으면서 지껄이던 것, 아는 친구가 눈에 띄면 머리 위로 흔드는 손들, 가는 곳을 서로 물으며 방향이 같으면 같이 가자고 하는 소리들 - “넌 오드웨이로 가니? 허시로? 슐츠? 하고 외치던 소리들과 그리고 우리의 장갑 낀 손에 꽉 움켜진 기다란 초록빛 차표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카고, 밀워키, 세인트 풀 철도의 칙칙한 노란빛 기차들이 출입문 옆 철로에서 마치 크리스마스 그 자체인 양 즐거워 보이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가 역을 빠져나와 겨울 밤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면, 진짜 눈, 우리들의 눈이 창 밖으로 펼쳐지기 시작하면서 차창에 반사해 반짝였고, 작은 위스콘신 역의 흐린 불빛들이 지나가고 공기는 지독히 싱싱하고 와일드하게 팽팽한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싸늘한 복도를 지나오면서 우리는 그 공기를 들이마셨고, 그 공기 속으로 자기도 모르게 녹아 들어가기 전에, 묘한 느낌을 주는 얼마 동안 마치 고기가 물을 만나듯, 이 고장과 우리가 일치한다는 것을 깊이 느끼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중서부이다 - 밀밭이나 농장 혹은 없어져버린 스웨덴 사람들의 거리가 아니라, 감격에 두근거리는 내 젊음의 기차가 돌아오고, 추운 밤의 가로등과 썰매의 종소리가 들리고, 불 켜진 창으로 성스러운 화한이 눈 위에 던져지는 그런 곳이다. 나는 그것의 일부이고, 그 긴 겨울에 대한 느낌과 함께 꽤 엄숙해지고, 몇 십 년 동안을 아직도 하나의 성(姓) 집 이름들이 불리는 도시의 캐러웨이 가문에서 자라온 것을 퍽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이제 나는 그것이 어떻든 서부의 이야기였다는 것을 안다 - 톰과 개츠비, 데이지와 조든과 나는 모두 서부 사람들이었고, 그리고 아마도 우리는 동부 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어떤 공통된 결함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동부지방이 가장 나를 흥분시켰을 때조차도, 그리고 오하이도 너머의 그 도시들 - 아이들과 아주 늙은 노인들만 빼놓고 끝없이 계속되는 조사 때문에 진절머리 나고 허우적거리고 부어올라 있는 그 도시들에 비해 동부 지방이 우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 때에도 - 그런 때조차도 동부는 언제나 나에게 어딘가 뒤틀린 데가 있어보였다. 특히 웨스트 에그는 아직도 나의 더욱 환상적인 꿈속에 나타났다. 나에게는 그곳이 엘 그레코가 그린 밤 풍경처럼 보인다 - 수백 채의 집들, 전통적이면서 동시에 기괴하고, 음울한 하늘과 광택없는 달 아래 쭈그리고 있는 그 집들, 앞에는 야회복을 입은 네 명의 사내들이 흰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술에 취한 여자가 누워있는 들것을 들고 굳은 표정으로 인도를 걷고 있다. 그녀의 손은 들것 가장자리 밖으로 축 늘어지고, 보석들이 싸늘하게 반짝거린다. 사내들은 엄숙하게 어떤 집을 향해 돌아선다 - 잘못 찾은 집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 여자의 이름을 알지 못하고, 그리고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개츠비의 죽음 이후 동부 지방은 나에게 그렇게 떠오르곤 했고, 내 눈의 힘으로는 바로 잡을 수 없을 만큼 뒤틀려 있었다. 그래서 덧없는 나뭇잎들의 푸른 연기가 공기 중에 흩어지고, 바람이 줄에 뻣뻣하게 걸려 있는 젖은 빨래를 불어날릴 때 나는 고향에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는데 - 그냥 내버려두는 게 좋았을 듯한 귀찮고 불유쾌한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일을 정리하고 싶었으며, 잘 돌보아주면서도 무관심한 바다가 나의 일의 찌꺼기를 쓸어버리도록 맡겨두기는 싫었다. 나는 조던 베이커를 만나서 우리들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그리고 그후 나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그녀는 커다란 의자에 아주 조용히 누워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골프를 치려고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때 나는 그녀가 훌륭한 삽화처럼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 그녀의 턱은 얼마간 경쾌하고 의기양양하게 치켜올라가 있었고, 머리카락은 낙엽 빛깔이었으며, 얼굴은 그녀의 무릎 위의 손가락 없는 장갑처럼 갈색빛을 띠고 있었다. 내가 이야기를 끝냈을 때 그녀는 아무 설명도 없이 다른 남자와 약혼했다고 말했다. 비록 그녀가 고개만 까닥해도 결혼할 남자가 예닐곱 명 있었다고는 하더라도 나는 그 말을 의심했는데, 그러나 짐짓 놀라지 않은 척했다. 잠깐 동안 나는 내가 실수를 하지 않았던가 생각했고, 그러고 나서 다시 한번 그 일을 재빨리 생각해보고 나서 작별을 하기 위해 일어섰다.
“그렇지만 당신은 나를 버렸어요.” 하고 조던은 갑자기 말했다. “당신은 전화로 나를 버렸어요. 나는 이제 당신을 욕하지 않지만,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 새로운 체험이었고, 그리고 나는 한동안 현기증을 느꼈어요.”
우리는 악수를 했다. “아, 그리고 기억하세요?” - 그녀가 덧붙였다 - “차 운전에 관해서 우리가 주고받은 대화 말예요.”
“기억하죠 - 정확하지는 않지만.”
“서투른 운전사는 또다른 서투른 운전사를 만날 때까지만 안전하다고 당신은 말해셨죠? 그래요. 나는 또다른 서투른 운전사를 만난 거예요. 안 그래요? 그런 잘못된 추측은 내 부주의였다는 말이에요. 나는 당신이 정직하고 솔직한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그게 당신의 은밀한 프라이드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서른 살입니다.” 내가 말했다. “나는 자기를 속이고 또 그것을 자랑으로 생각하기에는 내 나이가 다섯 살이나 더 먹었어요.”
그녀는 대꾸하지 않았다. 화가 나고, 그리고 반쯤은 그녀를 사랑하고, 그리고 몹시 섭섭한 느낌을 가지고 나는 발길을 돌렸다.
-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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