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필드 본문
일주일에 세 번,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에 아침마다 운전을 해. 아침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11시에서 1시 사이니까 아침이라고 할 수도 없는 시간이지. 그게 작년 가을부터니까 이제 거진 반년이 되어 가는 셈이네.
필드라는 카페가 있었어. 체인점 같은 거였는데, 학교 앞에도 하나 있었지. 혹시 아펠이라는 복사전문 가게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네. 왜 있잖아, 버거킹 골목 초입에 있는 가게말이야. 켄츠 바로 옆에, 바로 그 자리였어. 조그만 카페였지. 하여튼 이름이 필드였어. 아마 입구에는 이름에 걸맞게 잔디색깔의 푸른 색 카펫이 깔려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햇빛을 가리는 파라솔이 펼쳐져 있었지.
그게 홍대 앞에도 있었어. 1992년 나는 재수생이었어. 나는 친구와 홍대 앞 필드를 자주 드나들었지. 막 해가 질 무렵으로 분명 그 날 밤 우리는 어딘가로 놀러갈 약속이 잡혀 있었고. 일종의 에피타이저랄까. 거기서 여자얘기며 주변 친구들 얘기, 지난밤의 얘기 같은 시시껄렁한 얘기를 나눴지.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날 밤 우리에게 일어날 일에 관해서도 얘기했지. 그 친구와는 대학에 들어와서도 곧잘 만나고 했는데 군대를 갔다온 뒤로는 잘 못 보다가 이제는 완전히 연락을 끊겼어. 못 본지 1년도 넘어가니까.
올 겨울 이전만 해도 나는 추위를 잘 견딘다고 생각했는데, 올 겨울은 이상하게도 잘 못 견디겠더라. 이제는 봄날씨라 해도 괜찮을 법한데, 오늘 아침에도 나는 스웨터 안에 남방을 껴입고도 재킷을 걸쳐 입었었지. 거래처에 물건을 건네주기 위해 차를 주차시키고 차에서 내리니까 재킷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 옷을 벗어서 뒤자리에 놓았지. 돌아오는 길에 창문을 열었어. 어, 정말 이제 춥지 않은 걸. 유턴신호를 기다리면서 나는 필드를 떠올렸어.
필드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때, 그 바닥에 깔린 잔디처럼 파란 카펫이며 커피 냄새, 하얀색 커다란 파라솔, 따뜻한 햇볕, 뭐 이런 거 말야.
스물 아홉 살, 아직 즐거운 일이 내게 남아 있을까? 나는 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걸까, 라고 말이야.
필드라는 카페가 있었어. 체인점 같은 거였는데, 학교 앞에도 하나 있었지. 혹시 아펠이라는 복사전문 가게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네. 왜 있잖아, 버거킹 골목 초입에 있는 가게말이야. 켄츠 바로 옆에, 바로 그 자리였어. 조그만 카페였지. 하여튼 이름이 필드였어. 아마 입구에는 이름에 걸맞게 잔디색깔의 푸른 색 카펫이 깔려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햇빛을 가리는 파라솔이 펼쳐져 있었지.
그게 홍대 앞에도 있었어. 1992년 나는 재수생이었어. 나는 친구와 홍대 앞 필드를 자주 드나들었지. 막 해가 질 무렵으로 분명 그 날 밤 우리는 어딘가로 놀러갈 약속이 잡혀 있었고. 일종의 에피타이저랄까. 거기서 여자얘기며 주변 친구들 얘기, 지난밤의 얘기 같은 시시껄렁한 얘기를 나눴지.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날 밤 우리에게 일어날 일에 관해서도 얘기했지. 그 친구와는 대학에 들어와서도 곧잘 만나고 했는데 군대를 갔다온 뒤로는 잘 못 보다가 이제는 완전히 연락을 끊겼어. 못 본지 1년도 넘어가니까.
올 겨울 이전만 해도 나는 추위를 잘 견딘다고 생각했는데, 올 겨울은 이상하게도 잘 못 견디겠더라. 이제는 봄날씨라 해도 괜찮을 법한데, 오늘 아침에도 나는 스웨터 안에 남방을 껴입고도 재킷을 걸쳐 입었었지. 거래처에 물건을 건네주기 위해 차를 주차시키고 차에서 내리니까 재킷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 옷을 벗어서 뒤자리에 놓았지. 돌아오는 길에 창문을 열었어. 어, 정말 이제 춥지 않은 걸. 유턴신호를 기다리면서 나는 필드를 떠올렸어.
필드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때, 그 바닥에 깔린 잔디처럼 파란 카펫이며 커피 냄새, 하얀색 커다란 파라솔, 따뜻한 햇볕, 뭐 이런 거 말야.
스물 아홉 살, 아직 즐거운 일이 내게 남아 있을까? 나는 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걸까, 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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