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사라지는 것 본문
예전에는 사라지는 것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영원한 것, 또는 오래 지속되는 것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누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일까. 낮은 것과 높은 것,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 밝은 것과 어두운 것,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하나의 단어, 하나의 사물, 하나의 현상에는 가치가 없다.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대상이 아니라, 대상을 가리키는 손가락, 바로 나였다.
정말 사라지는 것에는, 그래서 사라진 것에는 가치가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면, 내가 좋아했던, 소중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은 가치가 없다. 분명 그렇다. 과거의 어느 순간, 그것이 사라지지 않았을 때는 분명 가치가 있었다. 이렇게 말해도 될까? 그러나 그것이 사라지는 순간, 그것은 가치 없는 것, 무의미하고, 한없이 서글픈 무엇이 되었다.
내가 좋아했던, 소중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은 사라졌다. 대상뿐만 아니라, 대상을 향했던 의식과 감정도 사라졌다. 지금 내가 좋아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좋아하게 될 것들도, 모두 사라질 것이다. 사라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 잔인한 깨달음 뒤에, 하나의 출구, 다른 하나의 명제를 정립한다. 즉, 모든 사라지는 것에는 가치가 있다. 그것이 사라지기 때문에, 바로 그러한 이유로, 그것들은 가치가 있다. 마치 내 삶처럼, 죽음 뒤의 내 삶처럼 말이다.
정말 사라지는 것에는, 그래서 사라진 것에는 가치가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면, 내가 좋아했던, 소중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은 가치가 없다. 분명 그렇다. 과거의 어느 순간, 그것이 사라지지 않았을 때는 분명 가치가 있었다. 이렇게 말해도 될까? 그러나 그것이 사라지는 순간, 그것은 가치 없는 것, 무의미하고, 한없이 서글픈 무엇이 되었다.
내가 좋아했던, 소중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은 사라졌다. 대상뿐만 아니라, 대상을 향했던 의식과 감정도 사라졌다. 지금 내가 좋아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좋아하게 될 것들도, 모두 사라질 것이다. 사라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 잔인한 깨달음 뒤에, 하나의 출구, 다른 하나의 명제를 정립한다. 즉, 모든 사라지는 것에는 가치가 있다. 그것이 사라지기 때문에, 바로 그러한 이유로, 그것들은 가치가 있다. 마치 내 삶처럼, 죽음 뒤의 내 삶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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