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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여전히 나는 물이 무섭다. 수영이 싫다는 건 아니다. 수영장 가는 건 즐겁다. 그래도 역시 물속으로 얼굴을 담글 때마다, 그리고 반대편 풀사이드까지 간신히 가서 뒤돌아 섰을 때, 다시 가야 될 25미터의 풀을 볼 때마다 내가 물을 무서워한다는 걸 알겠다. 간단하게 말해서 내가 공기 중에 있을 때 나는 1분이고, 길게는 1분 30초나 2분까지도 숨을 참을 수 있다는 걸 안다. 실제로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물속에서는 30초도 있지 못하겠다. 몸이 뇌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물밖으로 나가라, 숨을 쉬어라. 항상 이런 식이다. 25미터 풀을 몇 미터 남겨놓고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중간에 멈출 때도 있지만, 그걸 참고 끝까지 갈 때도 있다. 그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고통스런 기억이 된..
초등학교 때 수영을 배웠다. 우리 때는 국민학교라고 했는데, 이 워드 프로그램에선 국민학교라고 쓰면 자꾸 초등학교라고 자동으로 바뀐다. 아무튼, 정확히 몇 학년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또 수영을 배우는 걸 내가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적지 않은 기간 수영을 배웠고, 나중에 친구들과 수영장 같은 델 가면 제법 잘하는 축에 속했다. 이상하게도 수영을 배우는 동안에 나는 특별히 친구가 없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학교나 동네친구와 함께 배우러 다닌 게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고 겉돌았다는 건 아닌데, 전혀 나와 어울렸던 또래의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없다. 대신 나보다 나이가 많았던 어떤 형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는데, 뭐랄까 좀 잰 체하는 녀석이었다. 가슴팍도 넓고 몸매도 날렵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