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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불을 끄는 것만으로 사무실의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또 정신없이 전화를 받고, 본관과 교수회관, 종합강의동을 뛰어다니다가, 또 나보다 열 살이 어린 학부보조조교와, 후배녀석과, 동기들과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다가, 몇 대인가의 담배를 연결통로에서 피다가 바람이 차가워서 기분이 좋았다가, 혼자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오다 먼저 발견하고 누군가를 피해 돌아서다가, 그러다 다시 사무실, 불을 껐다. 하루에 50원씩, 그저 가만히 있어도, 연체료가 붙는 삶. 반납해야 하는데, 자꾸 게을러서 미루고 있다. 이 역할은 맘에 들지 않는다. 이런 비유도 맘에 들지 않고, 이런 식의 어투도 맘에 들지 않는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빌려서, 머리 속으로 짐작하기를 권당 3000원, 그래서 약 6000원의 연체료가 나왔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3000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27일 연체였다. 기분이 이상하다. 연체료가 덜 나왔다는, 그래서 생각보다 덜 게을렀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조금 행복해져야 하나? 월요일 새벽, 술을 마시고 큰 실수를 저지른 느낌이 든다. 드문드문 기억이 나는데, 기억이 날 때마다 무의식중에 입으로 혼잣말을 한다. '바보같이... 유치한...' 화요일 하루종일 일어나지 못했고, 그 때문에 학과사무실 업무 하나를 펑크냈다. 오늘 아침 학교를 오면서, 전화 한 통화만 했더라면, 단 1분만 몸을 일으켜서 전화 한 통화만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 않았을 텐데,..
분명히 나는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아가고 있다는 말에 '발전적인' 의미는 전혀 없다. 단적인 예로, 앞서 말했다시피 최근의 나는 무지 바빠졌는데, 나는 이 일로 아주 의기소침해졌다. 예전에는 분명 아무리 바쁜 상황이라 해도, 그래서 세상 사람 모두 바쁘다 해도, 나 혼자만은 바쁘지 않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의 내가 대단히 특별한 존재였다는 뜻은 아니다. 그럭저럭 나는 평범하게 살아왔다. 나를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라는 존재를 뚜렷이 기억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평범한' 삶이란 것이 내게 너무 어려워져 버렸다. 여전히 어린애처럼 구는 건지도 모른다. 피터팬 증후군 같은 것일지도. 하루에 두 번 강을 건넌다. 어느 날 문득 하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