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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비오는 날의 산보
이병우 기타집에 '비오는 날에 산보'라는 게 있어. 음악적인 조예가 그렇게 깊지 않아서 그 곡을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에코가 많이 들어갔다고 하나? 울림같은 거 있잖아. 어떤 기술적인 과정을 통해서 그런 음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대부분의 기타연주곡들이 그래. 그 중에서 '비오는 날에 산보'는 그 울림의 효과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 있지. 정말 근사해. 어둡거나 추적추적하지 않아. 맑은 빗소리, 즐거운 산보, 평화로운 오후, 호감을 느끼는 여자친구와의 전화통화처럼 아주 잠깐이지만 행복하다고 느끼지.
단상
1998. 10. 2. 04:05
우중버스
비오는 날엔 버스를 타는 버릇이 있어. 언제부터였던가, 하긴 내가 일상적으로 버스를 타고 다니던 때는 재수때였으니까 그 시절부터였을거야. 오후 5시까지의 학원수업이 끝나고, 낡고 좁은 목제책상에 앉아 성문종합영어 한 시간, 정석한 시간, 그리고 몇 가지의 문제지들을 풀다보면 10시가 되고 야간 자율학습도 끝나고 - 몇개피의 담배꽁초를 화장실 환풍구를 통해 버리고, 싸구려 자판기 커피도 한두잔 마셨지 -오래도록 바라보면 이유없이 서글퍼지는 매일같은 풍경, 하루의 끝에 복도를 빠져나가는 재수생들의 긴 행렬에 파묻혀 밖으로 나와섰지. 그날은 비가 내렸어. 봄비였지. 서늘한 바람이 옷속을 파고들고, 양팔을 비벼대며 아 춥구나 싶어도 정확하게 말하면 여름이 시작되기전 마지막 봄비였어. 버스정류장까지는 뛰어간다해도..
단상
1998. 10. 1.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