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물고기통신 14 본문
3년,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소설 문학회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스물 일곱 살에서 스물 아홉 살까지 말이죠. 그리고 이제 저는 서른이 됩니다. (사실 서양식으로 세면 아직 스물 여덟 살이지만 말입니다.) 문학회에 있으면서 참 많은 일들이 저에게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좋았던 일도 있었고, 나빴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 3년 동안, 내내 함께 했던 사람도 있었고, 잠깐 문학회에 들어왔다가 무슨 이유인가로 금방 나가버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 하다가, 어느 순간 훌쩍 떠나버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밑으로 두 기수가 더 들어왔습니다. 그 동안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문학회에 남아 있었는데요, 이제와 생각하면 - 물론 이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 분명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제가 이 문학회를 떠나면 어쩌면 소설도 떠나게 될 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소설을 쓸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아,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문학회를 떠나면 내가 소설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이유이든 간에 문학회를 떠나면 그 결과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소설을 떠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몹시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소설이 아닌 무엇을 내가 할 수 있단 말인가? 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정직하게 말하면 그저 제가 계속 소설을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랬던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단순한 어리광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길가 상점의 반짝반짝 빛나는 자동차 모형을 갖고 싶어 엄마에게 떼를 쓰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는 그 자리를 벗어나면 그것을 가지지 못하게 될까봐, 어머니가 아무리 손을 끌어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득, 저의 그 마음이 소설을 '갖지' 못하게 한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도 물론 뚜렷한 이유나 근거는 없습니다. 제가 소설을 가지려고 하면 할 수록, 소설은 점점 제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으로 물러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과연 제가 소설을 버렸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합니다. 과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제 인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저를 두렵게 하지 않습니다. 저는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물고기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고기통신 16 (0) | 2001.12.03 |
---|---|
물고기통신 15 (0) | 2001.11.30 |
물고기통신 13 - 글짓기 교실 (0) | 2001.11.29 |
물고기통신 12 - 글짓기 교실 (0) | 2001.11.29 |
물고기통신 11 - 글짓기 교실 (0) | 2001.11.28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