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물고기통신 12 - 글짓기 교실 본문
어제에 이어, 오늘은 소설을 쓸 때의 주변 환경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이런 얘기는, 어느 글짓기 교실에서도, 어느 유수한 문예창작학과 교실에서도, 심지어 우리의 소설창작시간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일종의 아직 발굴되지 않은 소설 작법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가끔 왜 이런 걸 사람들이 언급하지 않을까 궁금해지는데, 그때마다 결론은, 그들이 자신의 학생들에게 그 비기를 숨기고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최근에야, 소설을 쓸 때의 주변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고, 그 덕으로(?), 아마 소설을 더 잘 쓸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간단하게 제가 소설을 쓸 때, 주변이 어떤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강의를 대신할까 합니다. 먼저 제 책상에는 책 받침대가 있는데, 그곳에는 현재 쓰고 있는 소설에서 주요한 정보가 될 프린트 물(가령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의 지도라든가, 전철 노선표,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운전학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운전면허시험취득과정'표가 있습니다.)이 있고, 또 거기에 겹쳐지듯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가 문득 생각나서 끼적댄 문장이 적혀 있는 노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바로 앞으로, 커다란 머그 컵이 있는데, 그 안에는 현재 꿀물이 들어있습니다. 원래는 커피를 마셨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져서 최근에 꿀물로 교체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자신에게 알맞은 차를 고르십시오. 유자차든, 생강차든, 상관없습니다. 오른편에는 재떨이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하루에 두 갑을 피워대므로, 일찌감치 담배 한 보루를 사둬야 합니다. 담배 보루는 컴퓨터 본체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동식 라디에이터 난로가 앉은자리 옆 편에 있습니다. 문장 한 묶음을 쓰고 잠시 쉬고자 할 때는 그 라디에이터 위에 두꺼운 옷을 덮고 머리를 묻습니다. 사실 책상 왼편에는 항상 그렇듯이,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소설책이 쌓여져 있는데, 여러분에게 감히 말씀드리는 것이, 자신의 소설을 쓰는 동안 남의 문장을 읽는 것은 별로 좋은 버릇이 아닙니다. 저는 절대로 읽지 말라고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무의식중에 그들의 문체를 흉내내게 됩니다. 흉내낸 문장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것이 자기 문장과 잘 맞지 않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저도 이번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가 이전에 쓴 잡다한 문장들, 가령 게시판에 올린 글들이라든지, 제 자신의 소설을 몇 번인가 읽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음악입니다. 이전까지 저는 앨범 전체를 반복해서 들었는데, 이번에는 앨범 중 한 곡만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어느 순간에, 그 한 곡만을 반복해서 듣고 싶어진 겁니다. 그런데 그게 좋더군요. 약 4분 짜리 한 곡을 보통 한번 쓰기 시작하면 오후 한 시부터, 다음날 새벽 네시까지 쓰게 되니까 무려 …… 열 세시간을 들은 겁니다. 그렇다면, 그 한 곡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을까요? 그리고 소설이 하루만에 되는 게 아니라 적어도 일주일은 잡아야 하니까, 우와, 저는 도저히 계산이 되지 않습니다. 하여간 저 같은 경우가 그게 굉장한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몇 번 다른 곡도 들어봤는데, 문장이 써지질 않더군요. 그게 무슨 곡이었냐면, 이번 김동률 3집의 '귀향'이라는 곡입니다. 혹시 나중에 이번 제 소설을 읽게 된다면, 꼭 한번 귀향을 들어보십시오. 분명 어딘가에서 연결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소설을 쓰는 데 음악 같은 건 듣지 않는다. 음악 소리가 들리면 집중이 되지 않는다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럴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소설을 쓴다는 건, 정신을 통일하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여야 하는 작업이니까요.
야, 정말 길어졌습니다. 오늘은 지난 번 보다 조금 여유가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흥흥, 안 가르쳐주지.
지금까지 '믿거나 말거나 물고기 글짓기 교실'이었습니다.
간단하게 제가 소설을 쓸 때, 주변이 어떤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강의를 대신할까 합니다. 먼저 제 책상에는 책 받침대가 있는데, 그곳에는 현재 쓰고 있는 소설에서 주요한 정보가 될 프린트 물(가령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의 지도라든가, 전철 노선표,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운전학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운전면허시험취득과정'표가 있습니다.)이 있고, 또 거기에 겹쳐지듯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가 문득 생각나서 끼적댄 문장이 적혀 있는 노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바로 앞으로, 커다란 머그 컵이 있는데, 그 안에는 현재 꿀물이 들어있습니다. 원래는 커피를 마셨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져서 최근에 꿀물로 교체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자신에게 알맞은 차를 고르십시오. 유자차든, 생강차든, 상관없습니다. 오른편에는 재떨이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하루에 두 갑을 피워대므로, 일찌감치 담배 한 보루를 사둬야 합니다. 담배 보루는 컴퓨터 본체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동식 라디에이터 난로가 앉은자리 옆 편에 있습니다. 문장 한 묶음을 쓰고 잠시 쉬고자 할 때는 그 라디에이터 위에 두꺼운 옷을 덮고 머리를 묻습니다. 사실 책상 왼편에는 항상 그렇듯이,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소설책이 쌓여져 있는데, 여러분에게 감히 말씀드리는 것이, 자신의 소설을 쓰는 동안 남의 문장을 읽는 것은 별로 좋은 버릇이 아닙니다. 저는 절대로 읽지 말라고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무의식중에 그들의 문체를 흉내내게 됩니다. 흉내낸 문장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것이 자기 문장과 잘 맞지 않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저도 이번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가 이전에 쓴 잡다한 문장들, 가령 게시판에 올린 글들이라든지, 제 자신의 소설을 몇 번인가 읽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음악입니다. 이전까지 저는 앨범 전체를 반복해서 들었는데, 이번에는 앨범 중 한 곡만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어느 순간에, 그 한 곡만을 반복해서 듣고 싶어진 겁니다. 그런데 그게 좋더군요. 약 4분 짜리 한 곡을 보통 한번 쓰기 시작하면 오후 한 시부터, 다음날 새벽 네시까지 쓰게 되니까 무려 …… 열 세시간을 들은 겁니다. 그렇다면, 그 한 곡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을까요? 그리고 소설이 하루만에 되는 게 아니라 적어도 일주일은 잡아야 하니까, 우와, 저는 도저히 계산이 되지 않습니다. 하여간 저 같은 경우가 그게 굉장한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몇 번 다른 곡도 들어봤는데, 문장이 써지질 않더군요. 그게 무슨 곡이었냐면, 이번 김동률 3집의 '귀향'이라는 곡입니다. 혹시 나중에 이번 제 소설을 읽게 된다면, 꼭 한번 귀향을 들어보십시오. 분명 어딘가에서 연결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소설을 쓰는 데 음악 같은 건 듣지 않는다. 음악 소리가 들리면 집중이 되지 않는다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럴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소설을 쓴다는 건, 정신을 통일하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여야 하는 작업이니까요.
야, 정말 길어졌습니다. 오늘은 지난 번 보다 조금 여유가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흥흥, 안 가르쳐주지.
지금까지 '믿거나 말거나 물고기 글짓기 교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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