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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우리는 돈이 필요했다. 멀지 않은 도로에서 빗속을 달리는 자동차들의 타이어 소리가 머릿속을 울려대는 잡음처럼 들려왔다. 담배를 비벼끄고 나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노란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아래엔 빨간 바탕에 하얀 꽃무늬가 있는 플로어 스커트. 결코 고상한 색조합이라고 볼 수 없었다. 어디를 가도 눈에 띄는 차림이었다. “뭐든 해야겠어. 이렇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나에겐 시간이 많지 않단 말이야.” “뭘, 어떻게 할 건데.” “은행을 털자.” 그녀는 나의 제안을 묵살했다. 나도 사실 그냥 해 본 소리에 불과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은행보다, 우체국을 털..
선거가 끝난 후 각종 말들이 많다. 새누리당의 압승이니, 민주당이나 야권연대의 패배라느니. 또 MB심판이 아니라 무능력한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라느니. 물론 이런 말들이나 수사, 관형적인 표현들에 딴죽을 걸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가만 따져보면 사실, 승리라느니, 패배라느니, 심판이라느니 하는 말들은 어떤 잘못된 가정에 근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민주주의의 본질적 의미에서, 투표를 통해 여러 가치나, 신념, 또는 인물들 중에 하나를 뽑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승리나 패배와는 거리가 있는게 아닐까? 그것은 아주 단순한게 말해서, 민주주의적 절차를 통해, 아름다운 합의에 이르는 것이다. 그렇다. 그것을 아름답다 부르지 않을 재간은 없다. 그것은 분열에서 통일로 나아가는 거고, 그래서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