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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우리는 돈이 필요했다. 멀지 않은 도로에서 빗속을 달리는 자동차들의 타이어 소리가 머릿속을 울려대는 잡음처럼 들려왔다. 담배를 비벼끄고 나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노란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아래엔 빨간 바탕에 하얀 꽃무늬가 있는 플로어 스커트. 결코 고상한 색조합이라고 볼 수 없었다. 어디를 가도 눈에 띄는 차림이었다. “뭐든 해야겠어. 이렇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나에겐 시간이 많지 않단 말이야.” “뭘, 어떻게 할 건데.” “은행을 털자.” 그녀는 나의 제안을 묵살했다. 나도 사실 그냥 해 본 소리에 불과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은행보다, 우체국을 털..
소설
2012. 4. 22.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