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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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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통신

다시 비

물고기군 2001. 6. 24. 15:35
아침 8시에 카페의 문을 열어주기 위해 잠에서 깼다. 다시 잠들지 않기 위해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약 2시간을 더 잤다.
이상한 일이다. 이럴거면 차라리 침대에 누워서 잘 걸 후회하면서, 욕을 하면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침대에서 약 3시간을 더 잤다.
일어나보니 1시다. 몸이 약해진 건지, 마음이 약해진 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자대에 배치를 받은 것이 6월 쯤 되었으니까, 아마 첫 면회는 6월 말이나, 7월 쯤이었을 거다.
어머니는 아주 차갑게 식힌 비락 '식혜'캔을 내게 건네주었고, 나는 이제 식혜도 캔 음료로 나오네 라고 새삼스러워했다. 고작 두 달 정도 지났을 뿐인데, 그깟 캔 식혜에 내가 세상과 아주 오래,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처럼 느꼈다. 그 날 밤 내내, 나는 빗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바깥을 내다보니, 비 같은 건 한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숙소 바로 곁에 개천이 흐르고 있었고, 내가 들었던 건 그 물소리였다.

비가 내리는 일요일. 내가 듣고 있는게 빗소리인지, 아니면 가까운 곳에 흐르는 물소리인지, 아니면 젖은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자동차 타이어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한참동안 비냄새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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